개성 넘치는 대형무대 ‘베르디의 향연’
입력 2013-04-14 17:06
4월 넷째 주, 베르디가 몰려온다.
올해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탄생 200주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4월 후반, 대형공연이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 베르디 주간을 예고한다. 국립오페라단의 ‘돈 카를로’와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오텔로’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최고의 심리드라마 ‘돈 카를로’=지난달 베르디의 유일한 희극 ‘팔스타프’로 주목받은 국립오페라단이 이번엔 비극 ‘돈 카를로’를 선보인다. 16세기 스페인 궁정의 실화를 바탕으로 정치적 이상의 좌절과 비극적인 가족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 군주 필리포 2세는 자신의 아들 돈 카를로의 약혼녀 엘리자베타를 정략적으로 왕비로 맞아들인다. 돈 카를로는 약혼녀를 갑자기 엄마라고 불러야 할 상황. 엘리자베타 역시 슬픔에 잠긴다. 필리포 왕은 젊은 아내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아들과의 관계도 단절된다. 부자 간 갈등, 사랑과 질투, 정치 음모 등 여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베르디 최고의 심리드라마로 꼽힌다.
국립오페라단은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인다. 성악가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한 공연 당 200여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라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공연 포인트는 베이스 강병운(65)의 무대. 젊은 시절 동양인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돈 카를로’의 필리포 역만 200번 이상 맡으며 명성을 날렸다. 그동안 수많은 요청 끝에 처음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서는 자리라 눈길을 끈다. 연출은 30년 연륜의 호주 출신 엘라이저 모신스키(67), 지휘는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리초(40)가 맡았다. 25∼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시민 합창단과 배우가 나오는 ‘아이다’=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포로로 끌려온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삼각관계를 그린 작품. 라다메스가 부르는 ‘청순한 아이다’, 아이다가 부르는 ‘이기고 돌아오라’ 등은 일반에게도 잘 알려졌다.
서울시오페라단은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무대 포인트는 시민 참여다. 오디션으로 선발한 시민 합창단 50명과 시민 배우 40명이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꼽히는 2막 2장의 개선행진곡 장면 등 곳곳에 등장한다. 종합 예술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 장르에 시민이 직접 출연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다.
오페라 ‘아이다’는 뮤지컬 ‘아이다’와는 내용만 유사할 뿐 음악은 확연히 다르다. 오페라 ‘아이다’는 1869년 이집트 왕이 베르디에게 의뢰해 만들어졌다.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카이로에 지어진 오페라극장의 개관작으로 올려졌다. 뮤지컬 ‘아이다’는 팝의 거장인 영국의 엘튼 존이 작곡했다. 예술총감독은 이건용 단장이 맡았다. 25∼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정명훈이 지휘하는 콘서트 형식의 ‘오텔로’=‘오텔로’는 베르디가 1887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쓴 오페라.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오텔로’는 콘서트 형식이다. 무대에 오케스트라가 올라와 연주를 하고, 성악가들이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 같은 화려한 무대장치는 없는 대신,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오텔로’는 정명훈의 주특기로 꼽히는 만큼 호연이 기대된다. 그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스페인)와 함께 녹음한 ‘오텔로’ 음반은 지금까지도 명반으로 꼽힌다. 이번 무대는 테너 그레고리 쿤드(미국)와 소프라노 마리아 루이자 보르시(이탈리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타이틀 롤을 거머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한국) 등이 함께한다. 서울시향은 다음 달 2일 베르디의 ‘레퀴엠’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