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이미지로 조각… 원성원 ‘캐릭터 에피소드’ 展

입력 2013-04-14 17:06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 여러 채의 집이 난파선처럼 떠 있다. 그 주변에는 갈매기들이 먹잇감을 찾아 맴돌고 있다. 사진을 이미지로 조각하는 원성원(41) 작가의 ‘집착의 방주’(사진)다. 삶의 공간이 아니라 재산의 도구로 집에 집착하는 사람을 갈매기에 비유했다.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먹잇감만 쫓는 습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바다와 집을 각기 사진으로 찍어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는 한 마리씩 따로 찍은 것이고, 파도도 100여 컷을 조합한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500컷 정도. 중앙대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사진을 촬영한 뒤 컴퓨터를 이용해 색다른 풍경을 조각해낸다. ‘사진조각’ 또는 ‘설치사진’이라 자칭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은 그의 손을 거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대표작은 한 여자 아이가 엄마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일곱 살’ 시리즈. 이번에는 인간의 다양한 성격에 대한 스토리를 담은 ‘캐릭터 에피소드 Ⅰ’ 신작 시리즈를 서울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5월 9일까지 선보인다. 이제 엄마는 찾았고, 어른들 얘기를 하겠단다.

설치사진 6점과 각 작품의 이야기를 보충 설명하는 드로잉 6점을 내걸었다. 작품마다 동물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성격을 동물과 연결해 집착, 허영심, 책임감 등을 이야기한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외나무다리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부엉이와 불곰의 모습을 담은 ‘자존심의 다리’는 지나치게 자존심만 내세우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정원을 거니는 사슴과 쓰레기를 뒤지는 너구리를 통해 결벽증에 걸린 사람을 비유한 ‘완벽한 정원’, 닭과 공작의 대비로 인간의 허영심을 꼬집은 ‘졸부의 텃밭’, 우주공학자가 꿈이었던 장남의 책임감을 무리를 이끄는 원숭이에 빗댄 ‘장남의 별 아파트’가 재미있다. 작가 주변 사람들의 성격을 소재로 삼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02-725-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