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원자력 협상 어떻게 되나] 케리 “상당히 민감한 시점” 난망
입력 2013-04-12 23:51 수정 2013-04-13 00:57
한·미 원자력협정 수석대표 회동이 조만간 시작되더라도 양국 간 미묘한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12일 서울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협정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희망적이란 한국의 입장과 같다”고 언급했다. 그간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사안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대한민국이 평화로운 민수용 원자로를 갖고 있고 이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상당히 민감한 시점”이라고 했다. 한국의 입장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케리 장관이 “북한과 이란 문제의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우리는 예민하다. 한 옵션 외에 다른 옵션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하지만 공개적으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핵심 쟁점인 핵연료재처리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대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측이 우리 정부가 핵연료재처리 기술을 갖게 될 경우 자칫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아직까지 씻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974년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 제8조 C항은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재처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원자력 발전량 세계 5위인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가 눈더미처럼 쌓이고 있지만 이 조항에 손이 묶여 재처리를 할 수 없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는 1만2000t에 달하고 2015년이면 이 연료들을 저장할 공간이 거의 바닥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국제적인 비핵화 원칙’을 내세우며 핵연료재처리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핵 무장론이 고개를 들자 미국의 입장은 더 완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협상이 본격화돼도 재처리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핵무기로 전용하기 어려운 저농축우라늄 생산권리를 확보하거나 사안마다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부분을 개정해 단계별 또는 시기별 조건부 동의를 받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