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신화통신, 한국입장 일방 전달
입력 2013-04-12 18:39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 입장을 여과 없이 주요 기사로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이규형 주중 대사와 11일 오후 인터뷰를 갖고 그 내용 전문을 일문일답으로 인터넷 사이트 신화망(新華網)을 통해 12일 보도했다.
이번 인터뷰는 신화망이 먼저 요청해 이뤄졌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된 뒤 북한을 제쳐놓고 한국 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적은 없었다. 신화망은 인터뷰 동영상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내 저명 학자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메인 칼럼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은 최근 한 달 동안 북한이 전쟁 위협을 계속하면서 ‘벼랑끝 전술’을 펼치는 데 대해 침묵을 깨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가 더 이상 불가능한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절대 먼저 총을 쏘지 않는다=신화망은 이 대사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절대 먼저 도발하지는 않는다는 게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밝힌 데 대해 ‘한국은 현재와 미래에 절대 먼저 총을 쏘지 않는다’는 제목을 달아 인터뷰 전문을 내보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신화통신 사장은 당 중앙위원으로 장관급”이라며 “신화망이 먼저 인터뷰를 요청해 이러한 보도를 한 것은 중국 정부가 남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신화망은 특히 “무력 도발이 있으면 이를 단호하게 물리치고 응징할 것”이라고 이 대사가 밝힌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부각시켰다. 이 대사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관련해 “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적 도발도 용인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부분도 전달했다. 이 대사는 “한쪽이 주머니에 칼을 숨기고 있다면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에 속빈 협박 하는 게 아니다=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가 중국의 대북한 정책이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을 언급한 SCMP 기고문 제목은 ‘중국이 김정은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은 속빈 협박이 아니다’였다.
그는 이 글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중국 문 앞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중국이 강한 발언을 한다고 해서 북한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을 감싸고돌면 중국이 자국 이익만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중국 내에서 주목받는 국제관계 분야 전문가로 유연한 사고를 가진 학자로 꼽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