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치열한 대선전… “차베스 정책 계승” vs “브라질식 개혁”
입력 2013-04-12 18:29 수정 2013-04-12 23:27
차베스의 계승인가, 브라질식 개혁인가.
‘포스트 차베스’ 시대를 열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14일(현지시간) 치러질 선거에서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공식 지명한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권한대행과 40세의 야권 단일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주 주지사가 격돌하게 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11일로 종료됐다.
선거 쟁점은 쿠바를 비롯한 남미 각국에 석유를 저가로 지원하며 외교력을 끌어올렸던 차베스 시절의 정책 계승 여부, 치안 불안 문제 등으로 다양하다. 마두로가 차베스의 사회주의 개혁 운동인 ‘볼리바르 혁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데 반해 카프릴레스는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모델로 시장주의와 복지를 함께 중시하는 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전이 격화되면서 사망한 차베스도 선거판으로 끌려나왔다. 지난 7일 마두로는 사바네타 유세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노래를 불렀다”며 이 새에 “차베스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유세에선 머리에 새 모양 장식을 달고 나타났다. 황당한 모습이지만 귀를 기울이는 지지자도 적지 않다. 이에 카프릴레스는 마두로를 ‘작은 새 후보’ ‘차베스 복사판’ 등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둘 사이에 ‘파시스트’ ‘카스트로 꼭두각시’ 등 격한 단어가 오가는 일도 일상다반사가 됐다.
두 사람은 정치적인 성향만큼이나 성장 환경과 유권자에게 비치는 이미지도 다르다. 강경 좌파 마두로는 가난한 버스 기사 출신으로 차베스에게 발탁돼 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에 반해 카프릴레스는 20대에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30대에 주지사를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차베스에게 패한 것을 빼고는 선거에서 진 적도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마두로가 앞선 상태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 다타날리시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마두로는 55% 지지율을 기록, 45%에 그친 카프릴레스를 10% 포인트 차로 리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0월 대선 당시 차베스는 직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카프릴레스에게 여유 있게 앞서고도 당일 출구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가 겨우 승리했던 적이 있어 이번 선거 결과도 섣불리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 5일 차베스 사망 직후 둘 사이의 격차가 15% 포인트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카프릴레스가 상승세를 타는 모양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