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의문의 자살… 권총 어디서 구했나

입력 2013-04-12 18:25 수정 2013-04-12 21:53

서울 도심에서 50대 남성이 머리에 권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총은 미국 제닝스사의 J-22구경으로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총기였다. 경찰은 밀수된 총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민간인인 이 남성이 총기를 입수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12일 오전 9시20분쯤 서울 신길동 한 음식점 건물 2층 방에서 오모(59)씨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오씨는 3년간 별거해온 부인 장모(55)씨와 전날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은 뒤 함께 여의도에서 술을 마시다 귀가했다. 장씨는 이날 오전 7시쯤 오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조대원이 숨진 오씨를 발견했다. 오씨는 이 음식점을 운영하며 2층 방에서 기거해 왔다. 지난 열흘간 음식점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오씨 방 침대 위에선 권총 실탄 한 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권총에는 실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가족들은 오씨가 권총을 갖고 있다는 걸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가 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간인이 총기를 보유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오씨는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며 “권총에 새겨진 일련번호를 확인해보니 경찰이나 민간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씨가 군부대를 통해 총기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군과 합동수사를 벌였지만 “군에서 사용하거나 보유한 적이 없는 기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 총을 제작한 미국 제닝스 본사에도 일련번호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 한복판에서 평범한 민간인이 권총을 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법 총기 유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국내 불법 총기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밀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입 경로와 유통량은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된 총기는 20정이다. 2009년 11정, 2010년 15정, 2011년 12정에서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2정이 세관에 적발됐다. 실제 총기뿐만 아니라 모의 총기나 부품까지 합하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459건이 적발됐다. 밀수 총기 종류는 공기총, 권총, 가스총, 소총, 엽총 등이다.

권총은 해외에서 우편물에 담겨 반입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모의 총기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게 가장 많지만, 실제 총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반입되다 적발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총기가 화물이나 우편물 외에도 주한미군 등을 통해 유출되는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유포될 수도 있다”며 “국내 불법 총기 유통량은 추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이용상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