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재판에 혼쭐난 법원, 친절 배운다
입력 2013-04-12 18:24 수정 2013-04-13 01:06
재판장이 핀잔주지 않던가요? 설문조사하며 개선 노력
막말 판사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법원이 ‘친절한 법원’으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다양한 시민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갖거나 시민 제안을 받아들여 법원 행정에 적용하고 있다.
김미영(45·여)씨는 지난 5일 지인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원에 갔다. 하지만 재판장의 말이 들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 답답하게 재판을 지켜본 김씨는 마침 법정 출입문 앞에 비치된 설문조사 용지에 ‘재판장의 음성과 용어를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나요’라는 질문이 눈에 띄어 단숨에 설문을 작성했다. 김씨는 ‘기타의견’란에 “재판장이나 검사, 변호사석에 모두 마이크가 있었는데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재판 내용이 제대로 들렸으면 좋겠다”고 썼다.
서울동부지법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인 설문조사 풍경이다. 항목은 총 13가지로 재판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불만 사항을 묻고 있다. 설문에는 ‘재판부가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말을 듣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나요’, ‘재판장이 화를 내거나 핀잔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재판을 진행했나요’ 등의 항목도 있었다. 설문용지는 16개 법정에 비치돼 12일까지 304명이 설문에 응했다. 조사 결과는 매일 해당 법정 판사들에게 전달된다. 동부지법은 설문조사를 상시 실시키로 했다.
서울동부지법 최문수 공보판사는 “설문조사는 재판장과 시민들이 소통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며 “조사 이후 재판장의 음성이 커졌고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있다는 재판장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부터 ‘1일 민원실장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시민들을 민원실장으로 위촉하고 법원 행정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민원실에 시계가 설치됐고 서류양식 배치 순서도 개선됐다. 서울남부지법은 ‘법원 견학’이 인기다. 소년 형사법정 방청에는 견학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1년 592명, 지난해 1353명의 학생이 다녀갔다.
서울북부지법은 오는 24일 국내 시각장애인 1호 판사인 최영 판사와 시각장애인 학생 19명이 만난다. 최 판사는 장애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법원의 시각장애지원실에서 만든 음성파일을 재판에 활용하는 과정도 소개한다.
대법원 윤성식 대변인은 “재판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충실한 재판을 하려는 게 법원 소통의 목적”이라며 “재판 절차의 투명성과 설득력이 높아지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