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방북 승인 뒤 ‘당국간 채널’ 다각도 모색

입력 2013-04-12 18:09

북한에 먼저 대화를 제의한 정부의 다음 액션이 주목된다. 일단 민간 창구를 연 뒤 당국간 회담을 여는 수순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통일부는 12일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방북을 승인하기로 한 방침을 거듭 밝히며, 대북 대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현재 방북 승인을 받으려는 단체는 두 군데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오는 17일 개성공단 방북을 원하고 있고, 중소기업대표단은 22일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기업협회의 방북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협의를 한 다음 지원할 것”이라며 “평양에 가겠다는 중소기업대표단도 취지를 십분 존중하는 방향에서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한 특성에 비춰보면 아무래도 민간이 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당국간에 해결을 해야 되는 사안은 양측 당국이 나서서 할 수 있도록, 그런 관심과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을 넘어 남북 당국간 대화로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입주기업이나 중소기업대표단이 방북할 때 정부 당국자도 따라갈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와 맞물려 정부 내에선 더 이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 특유의 자존심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여러 차례 ‘존엄’을 강조했다. 특히 ‘돈줄’ ‘달러박스’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분명한 대화 노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 문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 발사한다 하더라도 계속 대화 채널을 열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김 대변인은 “(대화 제의는) 현재 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북한의 변화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우리 측 의도를 잘못 판단할 경우 한반도 안보위기가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화 제의를 ‘굴복’으로 판단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 완전 폐쇄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1일 여기자협회 초청 이슈포럼 특강에서 “북측이 ‘세게 협박했더니 효과가 있구나. 역시 남한에는 협박이 제일 잘 통한다’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데 더 큰 부담을 정부가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