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없는 北, 한·미 움직임 주시할 듯
입력 2013-04-12 18:09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대화 제의를 받은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성명 발표 직후인 11일 오후 5시47분쯤 서기국 보도로 “타격수단들은 발사대기 상태에 있다”라고 경고했지만 이 위협은 성명이 나오기 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2일 오전 게재한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이라는 제목의 글도 성명에 대한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에도 남한 관련 기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기본적으로 남한의 ‘대화 메시지’에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 등 국제사회에 대한 반응을 하루 만에 재빠르게 보인 경우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즉각적인 화답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 형태가 애매한 상황이어서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이 수용하기에는 낮은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여서 미국이 변화조짐을 보이지 않는 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국대학교 고유환 교수는 “북한은 긴장수위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변화 움직임을 좀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도 대치상태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2009년 2차 핵 실험 때처럼 일정기간이 지난 뒤 대화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미연례연합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마무리되는 4월말쯤 경색국면이 풀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 병진노선을 선택한 것이 이미 북한이 대화국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일성 주석 생일인 15일 태양절을 기점으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복귀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화국면으로 돌입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조만간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이나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경색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이 강원도 원산 쪽으로 이동시킨 미사일의 발사 조짐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도 여전히 조용하다. 북한 관영언론들은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이 인민군 부대들을 방문해 공연을 했다는 등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주년 축하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