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없다”던 정부, 급선회 배경… 남북, 사전 물밑교감說
입력 2013-04-12 18:09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한 막후에 최소한 남북간의 물밑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12일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선(先)대화’ 의지 표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 이 같은 추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1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의 대화를 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류 장관 성명이 대화를 제의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같은 날 저녁 “북한과 대화할 것이며 그 일환으로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불과 사흘 전이었던 지난 8일 류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금 상황은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다”라고 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대화는 없다’고 밝힌 정부가 갑자기 대화로 방향을 돌렸다는 점에서 비밀 접촉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정부 쪽에서 물밑 접촉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류 장관의 성명도 이런 흐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도의 보안을 요하는 특성상 그동안 남북간 중요한 합의나 정상회담 등은 공식라인이 아닌 최고 지도자의 밀사 성격을 띠는 비선라인을 통해 대부분 이뤄졌다.
남북관계 단절기인 2009년 10월 이명박 정부 때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을 갖고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여러 차원의 남북간 비밀접촉이 이명박 정부 후반까지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 성사 막후에도 수차례 비밀회동이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물밑 접촉의 주체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남측 대화 제의에 대한 북측 의도를 파악하는 의사 타진 수준의 접촉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의 남북간 물밑 접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설령 비밀 접촉 추진 움직임이 정부 내에 있었다 해도 실제로 이뤄졌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는 “사전 접촉이나 물밑 협상은 전혀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회담의 구체적 형태와 장소도 명시하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화의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강조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라도 과거처럼 제3국을 통한 비공식 접촉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