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상 한 분야 파고드는 정신이 비결” 독일 中企연구센터 소장
입력 2013-04-12 18:34 수정 2013-04-12 23:30
“대부분 기업가들은 돈을 한꺼번에 많이 벌려는 생각을 하지만 독일의 히든챔피언 경영자들은 기업을 오래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장기간 투자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독일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위기 때 더 진가를 발하는 강한 중소·중견기업인 ‘히든챔피언’이 있어서다. 그렇다면 1500개에 달하는 독일 히든챔피언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독일 만하임대학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인 미하엘 보이보데(Micheal Woywode) 교수는 12일 히든챔피언 경영자들의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그 비결로 꼽았다.
보이보데 교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로 열린 ‘중견기업 육성:독일의 경험에서 배운다’ 콘퍼런스에서 “가족기업이 대부분인 독일 히든챔피언은 대개 50년 이상 한 분야만 파고들어 독자적인 지위를 확보했다”며 “차입 경영을 최소화하고 자기 자본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영과 제품 혁신을 추구해 경기에 덜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장비 전문기업 카처(Karcher)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세상을 깨끗하게 한다’는 단순한 슬로건 아래 카처는 고압 온수를 이용한 산업용 청소장비를 50년 이상 꾸준히 생산한 결과 1980년 1억 유로였던 매출이 2010년 17억 유로로 성장했다는 게 보이보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연구·개발(R&D)에 중소기업은 평균 매출의 3%, 대기업은 5% 정도를 투자하는 반면 히든챔피언은 5% 이상을 투자한다”며 “카처 역시 연간 수백개의 특허를 등록할 정도로 R&D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세계 유명 건물이나 기념비 등을 무료로 청소해주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보데 교수와 함께 강사로 나선 독일 기민·기사 연합의 미하엘 푹스(Michael Fuchs) 부대표는 “한국에 있는 독일상공회의소는 독일 기업의 한국 진출 때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중견기업도 미래를 위해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하며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푹스 부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핵심은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독일의 경우 경제부 내에 혁신전담부서가 있으며 산학협력 등 혁신을 위해 3억~6억 유로를 지원한다”며 소개했다.
그는 또 “독일재건은행(KfW)을 통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지속 성장의 전제조건인 숙련 노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채용이나 외국서 일하는 독일인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