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뺀 국정원… 대북·해외정보·사이버 업무 강화
입력 2013-04-12 17:53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국가정보원 차장 3명과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국정원 1차장에 한기범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2·3차장은 서천호 전 경찰대학장과 김규석 전 육군본부지휘통신 참모부장이 임명됐다. 기획조정실장에는 국정원 출신 이헌수 앨스앤스톤 대표이사가 기용됐다. 원자력안전위원장에는 핵공학전문가인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발탁됐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1차장은 대북 및 해외 국익정보, 2차장은 대공수사와 대테러 방첩, 3차장은 사이버 통신 등 과학정보 담당으로 업무를 정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1차장이 해외, 2·3차장이 각각 국내와 북한을 담당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인선에는 국정원을 대북 및 해외정보 위주로 개편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차장에게 대북과 해외 정보를 도맡겼으며 그간 정치개입 논란이 일었던 2차장은 대공·방첩 업무에 집중토록 했다. 3차장 업무에 북한의 사이버테러 대응 역할을 부여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은 다른 정부 고위직 인사 때 기준으로 적용했던 전문성도 적극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1차장과 기조실장에 국정원 출신 인사, 2차장에 수사 전문가, 3차장에 군 출신이 각각 기용된 것은 과거와 달리 대통령 측근이 배제되고 전문가로 채워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체제에서는 전문성보다는 사적 인연에 따른 ‘정실인사’가 많았고 이에 따라 국가안보를 총괄해야 할 본래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1차장 내정자는 국정원에서 북한정보실장과 3차장을 지낸 ‘북한통’이다. 대공수사 대테러 등 보안정보를 담당하는 서 2차장 내정자는 경찰의 주요 정보라인을 두루 거친 ‘정보통’이며 김 3차장 내정자 역시 국군 지휘통신사령관 등을 지낸 통신 전문가다.
2차장에 경찰 출신 인사가 기용된 점도 눈에 띈다. 경찰 출신 차장은 노무현 정부의 이상업 전 경찰대학장, 김영삼 정부의 박일룡 전 경찰청장, 노태우 정부의 안응모 전 치안본부장 등 3명에 불과했다. 정보 분야에서 경찰을 ‘하부기관’ 정도로 여기는 국정원 내부에서 “격에 맞지 않다”는 불만 목소리가 나온다.
김 내정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육군참모총장에 재직할 때 직속 부관이었다. 정치권에서 “남재준 라인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국정원은 고위직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군 장성 출신 인사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