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듣고말하기’란… 자살 위험군 미리 찾아 내는 한국형 ‘예방교육프로그램’

입력 2013-04-12 17:49

‘보고듣고말하기’는 특히 노인들의 자살을 줄이기 위한 한국형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감정적 고통을 말로 잘 표현하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은 ‘보기’를 통해 자살 취약군인지 고위험군인지를 빨리 알아차리고, ‘듣기’과정에서는 자살해서는 안 되는 내용에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말하기’에서는 자살 예방 및 자살 관련 안전점검 목록을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의뢰토록 한다.

‘보기’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살을 계획하거나 삶을 포기하려 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는 데 주목한다. 따라서 언어, 행동, 상황적 신호 등 징후를 보고 자살 가능성 여부를 가린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흔적에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알아주기를 바랐다는 단서가 발견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제3자의 최소한의 도움이나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상과의 소통에서 완전히 절망하기 전에 보내는 메시지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기’의 신호는 ‘죽고 싶다’는 표현, 신체적 불편함 호소, 절망감과 죄책감 표출, 집중력과 일상생활 기능의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듣기’란 실제 자살에 대한 생각을 물어 죽음과 삶의 이유를 적극적으로 듣는 과정이다. 죽으려는 까닭을 충분히 들은 뒤 살아야 하는 당위를 깨닫도록 하는 단계다.

‘말하기’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위험성을 안전점검목록(이전 자살 시도, 정신과 질환, 알코올 남용, 자살방법의 준비여부와 치명성, 계획의 구체성, 인적네트워크 및 지지자원)을 통해 확인한 후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과정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인지, 학습, 활용 세 단계로 이뤄졌다. 인지 단계에서는 교육의 목적과 한국사회의 특성을 강의하고, 학습 단계에서는 보고 듣고 말하기의 구체적 내용을, 활용 단계에서는 실제 교육된 내용을 동영상을 참고해 역할극을 통해 실행토록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프로그램을 우선 취약 독거노인과 생명사랑 돌보미 등에게 보급한 후 교사와 군인, 경찰 등으로 확대해 1만명 이상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시간은 일반인은 3시간, 자살예방 전문가와 정신보건전문가, 상담관련 실무자 등은 8시간이다(중앙자살예방센터:02-2203-0053).

최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