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기도하는 사람들] “우리 민족 긍휼히 여겨주소서” 금식 기도
입력 2013-04-12 17:38 수정 2013-04-12 21:29
“북쪽에선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전쟁이라도 났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말고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부모님과 남동생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지난 8일 오후 7시30분 서울 방배동 두리하나교회에서 탈북민 30여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고 있었다.
탈북민 김다해(가명·35·여)씨는 “노부부가 걸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내 생각을 하며 매양 울고 있을 것 같은 엄마 아빠가 떠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07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김씨는 “남쪽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하나님을 만난 뒤 온전히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리하나교회에서 탈북민 자녀들에게 한글과 수학 등을 가르치는 교사로 사역하고 있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이었어요.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북에 있는 우리 가족에게도 복음이 전해져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서울 신정동 새터교회에서도 탈북민들의 간절한 예배가 드려졌다.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고향에 부모 형제가 남아 있는 탈북민들은 어느 누구보다 절절하게 기도한다”며 “북한의 위협이 도를 넘어서고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런저런 추측에 휘말리지 말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교회뿐 아니라 교계 단체나 교회들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에 나서고 있다. 북한회복을위한감리교회연합 회장 송기성 정동제일교회 목사는 “한반도의 평화는 절대 주권자인 하나님의 뜻에 달려있다”며 “영적인 파수꾼인 그리스도인들이 범교단 차원에서 복음의 나팔을 불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13일부터 매일 낮 12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1분 기도’를 드리기로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독교 대표가 북한에 갈 용의가 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서울역 광장에선 지난 8일 100여명의 그리스도인들이 ‘통일광장기도회’를 열었다. 에스더기도운동 대표 이용희(가천대) 교수는 “북한의 위협이 높아지는 만큼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에스더기도운동, 서울기독청년연합회, 통일소망선교회 등 기독단체와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한 통일광장기도회는 2011년 10월 시작됐다. 현재 서울뿐 아니라 수원 청주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10여곳으로 확산됐고 90여 차례 기도회가 열렸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는 지난 9일 비상구국금식기도회를 시작했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최고조로 치닫는 만큼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회개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자는 것.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관계자는 “하루를 금식하거나 하루 한 끼를 금식하면서 ‘주여, 우리 민족을 긍휼히 여겨주소서’ 하는 기도가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는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을 비롯한 교계 단체 등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연합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앞서 NCCK 화해통일위는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급 기도회 및 토론회’를 지난 5일 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간절한 기도를 호소했다. 특히 화해통일위는 남북 당국자들이 적대적 언어와 공격적 수사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 7:14)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