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인사 심려 끼쳐 죄송… 윤진숙은 도와달라”
입력 2013-04-12 20:31 수정 2013-04-13 01:05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현 정부 들어 생긴 장·차관급 인사 파동과 관련해 “인사문제도 어떤 면에서 심려를 끼쳐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청와대에 와서 보니까 자료가 없더라. 소위 존안자료 그런 것도 없더라”고 밝혔다고 청와대 김행 대변인이 전했다. 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는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또 “다른 기관에서 온 검증자료에도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기재돼 있지 않더라”면서 정부가 갖고 있는 검증자료가 부실했음을 시사했다고 만찬에 참석한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관들의 경우 인사검증을 위한 사전질문서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는 민주당의 지적에는 “앞으로 200가지 사전질문서를 더욱 보강해서 시스템으로 만들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윤 후보자는 여성 발탁 케이스인데, 쌓은 실력이 있고 본인이 마음을 가다듬어 잘해보겠다고 하니 지켜보시고 도와 달라”고 밝혔다. 또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당황해 머리가 하얗게 됐다’고 하던데 과거에 해수부 폐지 토론에서 발표하는 등 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의 임명 철회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거듭 재고를 요청했다고 정 대변인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번 만찬은 지난 9일 새누리당 지도부, 10일 국회의장단과의 ‘식사정치’의 연장선이다. 회동에는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과 박기춘 원내대표 등 원내 대표단, 변재일 정책위의장과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 21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과제 처리가 시급하다고 언급하자 “검찰 개혁은 대선 때 내가 약속하고 공약한 것이니 여야가 합의해서 빨리 처리하기 바란다. 각별한 관심을 갖고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부동산 대책과 추가경정예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이런 정책들은 타이밍이 중요하니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2시간여 동안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날 68번째 생일을 맞은 문 위원장을 위해 케이크를 준비했고 함께 생일축하 노래까지 불렀다. 문 위원장은 “평생 잊지 못할 생일”이라고 화답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위협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덕담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창조경제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만보기가 없어도 운동화에 걷는 속도나 몇 보를 걸었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해서 팔면 그런 게 창조경제 아니겠느냐. 이 산업과 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거나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게 창조경제”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