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정치학] 당선과 흥행… 달콤한 공생

입력 2013-04-13 03:59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현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측근이자 영화 제작자 출신인 조광희 변호사는 정치와 영화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심, 영화인은 관객의 수를 통해 ‘당선’과 ‘흥행’이란 결과물을 냅니다. 모두 대중을 상대로 지향하는 바를 표출하고 목표한 것을 얻어내는 것이죠.” 이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유력 정치인 주변에는 영화인들이 모여들었고, 아예 정계와 영화계를 넘나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화인과 정치인의 끈끈한 관계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씨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사람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멤버로 활약하거나 찬조연설자로 나서는 등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큰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1997년에 문성근, 명계남씨가 출연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를 고리로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이 감독을 지명하며 노골적(?)인 상부상조 관계를 이어갔다. 이들 세 사람은 지난해 총선·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뿐 아니라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도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며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화계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 대선 때 영화배우 이대근, 김희라씨와 영화감독 김호선씨 등 영화예술인 40여명이 지지선언을 했다. 영화배우 박중훈씨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홍정욱 전 의원은 1959년 영화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으로 데뷔한 배우 남궁원씨의 아들이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도 영화와 인연이 깊다. 그는 평소 사석에서 “정치인이 되지 않았다면 배우가 됐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런 DNA는 두 딸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첫째 원정씨는 영화평론가, 둘째 원평씨는 영화감독으로 독립 영화 ‘좋은 이웃’ 등을 연출했다. ‘영화광’으로도 불리는 안철수 전 교수 주위에도 영화인들이 꽤 된다. 특히 핵심 측근인 조 변호사는 영화제작사 봄을 창립한 뒤 영화 ‘밤과 낮’(2007) ‘멋진 하루’(2008) 등을 제작했으며 ‘26년’(2012) 등 수많은 작품의 자문역을 맡았다.

정계 오가는 영화인

19대 국회에서 영화배우 출신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 귀화인 국회의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있다. 500만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완득이’(2011)에서 필리핀 이주여성의 아픔을 대변한 엄마 역을 맡아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18대 비례대표에 이어 서울 송파병에서 당선된 같은 당 김을동 의원도 ‘마파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다. 과거에도 정치에 도전장을 낸 영화배우가 적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한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11·12·13대까지 내리 3선 의원을 지냈다. 13대부터는 영화배우들의 본격적인 정치입문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배우이자 감독 출신인 고(故) 최무룡씨가 13대 총선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당선된 이래 신영균(15·16대), 신성일(16대), 최종원(18대)씨도 국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인지도만큼 높은 점수의 성적표를 내지 못한 뒤 여의도 생활을 정리하고 영화계로 돌아갔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