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정치학] 역사로 본 영화&정치… 때론 정권에 부역 때론 시대의 횃불
입력 2013-04-13 03:59
역사적으로도 영화와 정치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그 과정에서 많은 영화인들이 정권에 부역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대담한 비판자가 되기도 했다.
독일의 천재 여성감독 레니 리펜슈탈은 아돌프 히틀러 총리의 총애를 받으며 ‘나치의 상징적 예술인’으로 불렸다. 그는 히틀러의 의뢰를 받아 나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기록영화 ‘신념의 승리’(1933)와 나치 선전 다큐멘터리 ‘의지의 승리’(1935)를 만들었다. 또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로 2부작 ‘민족의 제전’과 ‘미의 제전’을 만들었다. 그는 영화사적으로는 혁신적인 영화기법으로 획을 그었지만 정치적으로는 평생 ‘나치 부역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애니메이션의 ‘아버지’ 월트 디즈니는 우익 반공주의 인사로 ‘매카시즘’(극단적인 반공활동)에 적극 가담했다. 그는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등 사랑받는 캐릭터를 창조한 반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등과 협력해 동료 영화인들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고 탄압하는 데 일조했다.
이들의 정반대편에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가 있다. 좌파 성향인 로치는 ‘블루칼라의 시인’으로 불린다. 청소 노동자의 애환을 그린 ‘빵과 장미’,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다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는 최근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사망에 대해서도 “그가 원하는 대로 장례식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2000년대 미국에서는 마이클 무어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가문과 빈 라덴 가문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화씨 911’을 만들어 부시 정부를 조롱했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화와 가까웠다. 김 전 대통령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관람하고 극찬하면서 서편제는 국민 영화가 됐다. 영화광이었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다수의 영화 제작에 관여해 체제 유지에 활용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영화를 진작시키기 위해 남한의 영화감독 신상옥과 영화배우 최은희씨를 납치하기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