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좌절’에서 배우는 것

입력 2013-04-12 17:56

정신적 강건함은 적절한 좌절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10대들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좌절이나 절망을 경험할 기회가 비교적 적다. 1990년 전후로 출생한 이들은 비교적 사회적 격랑이 심하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여기에다 사회봉사 활동까지 대신해주는 부모의 지나친 과보호 속에 고생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다.

부족함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강렬한 꿈을 갖기 어렵다. 욕망의 좌절을 맛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쉽다. 심리학자들은 적당한 좌절은 더 큰 좌절을 이겨내는 항체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고난과 역경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도전의 기회로 삼을 때 항체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없는 고난을 만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좌절의 이유가 불분명하고 부당하면 오히려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와 합의된 삶의 규칙을 세우고 물질적인 절제, 시간의 절제 등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도전정신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재이 맥그러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힘으로 얻는’ 기본적인 경제관념과 습관을 가르치라”고 말한다. 또 10대 자녀교육을 위해 부모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렇게 제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의 책임감을 포기하지 말 것, 자녀들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만 하지 말 것, 자녀들이 어른처럼 성숙한 결정을 내릴 거라고 기대하지 말 것,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와 취미생활에 무관심하지 말 것, 겉으로만 정직 신실 사랑 등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 것, 분수에 맞지 않는 경제생활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 것’ 등으로 가슴에 새겨둘 만하다.

청소년기의 자기 성장은 ‘이렇게 되고 싶다’는 자기실현 욕구와 ‘이렇게 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주변 압력과의 균형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 균형을 실현하는 능력은 바로 자기 긍정의 능력과 관계의 능력이다. 이를 위해 부모는 자녀에게 ‘나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가치 있는 존재’란 것을 인정하도록 가르쳐 자녀와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첫 단추를 끼어야 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