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대체휴일제
입력 2013-04-12 18:59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휴가 풍속도는 아직까지도 진정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 여름 한철의 가장 더운 7월말∼8월초에 휴가가 집중되는 데다 휴가기간도 길어야 1주일 정도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평소에는 2시간반이면 되지만 이 시기에는 5∼6시간씩 걸리는 고생길이다. 그렇지만 1년에 기껏해야 한두 번뿐인 가족여행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잘 놀아야” 한다. 진정한 휴식이나 가족 간의 대화가 뒷전인 것은 물론이고, 다른 피서객이나 바가지를 씌우려는 상인과 싸움만 피해도 감지덕지다.
최근 주5일제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풍속도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연중 몇 차례 주말 이틀에 연차휴가를 보태 3∼5일 정도 가족과 함께 바다를 찾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웃도어 용품과 캠핑장비 업계가 부진한 경기를 비웃으며 10여년째 끝 모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5일제에 이어 대체휴일제가 연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체휴일제는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면 이어지는 비공휴일에 쉬도록 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이미 여러 국회의원들이 대체휴일제 도입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일자리 증가 및 국내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과 경기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대체휴일제 도입에 대해 “하루 더 쉬면 8조5000억원의 생산 차질액이 생긴다”면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경총은 국내관광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 내수 진작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과장된 반대논리 보다 대체휴일제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종사)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에 이어 휴일 격차를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다.
“너무 공부만 하고 전혀 놀지 않으면 우둔해진다”는 영어 속담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처럼 긴 시간 일을 하면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도 늘고, 일-가정 양립을 저해해 가족 내 아버지 위상의 추락 또는 소외를 초래한다. 대체휴일제의 생산유발효과나 생산 차질액 등 경제적 득실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일과 휴식의 균형,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행복 추구를 더 큰 가치로 여겨야 할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