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구대 암각화 훼손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입력 2013-04-12 18:56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거북이 모양의 바위에 고래·물개·사슴·호랑이 등의 동물과 사냥·고래잡이 장면 등 300여점이 새겨진 세계 최초의 고래 사냥 암각화이자 5000여년 전 선사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적이다. 경제적 가치는 경주 석굴암보다 더 크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됐고, 문화재청은 2017년까지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971년 반구대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그제 현장을 답사하면서 “발견 당시 가운데 있던 고래떼 등 4∼5점의 그림이 다 사라졌다”며 “이런 속도라면 수십 년 내에 그림 전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암각화의 바위 표면은 발견 당시에 비해 약 23.8% 손상됐다고 한다. 암각화가 발견되기 전인 1965년 인근 사연댐이 세워지면서 우기가 시작되는 여름이면 물이 차올라 8개월가량 암각화가 물 속에 잠겨있다 떠오르는 자맥질을 계속해온 탓이다. 암각화 보존방안을 놓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10년 넘게 공방을 벌이는 사이 세계적 문화유산이 소실돼 가고 있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모적 논란을 서둘러 끝내고 암각화 보존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문화재청은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 등을 설치, 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울산시는 댐 수위를 낮추면 울산 시민의 식수부족 사태가 온다며 맞서왔다. 최근엔 울산시가 용역 결과를 토대로 암각화가 그려진 석벽에서 80m 앞 정도에 생태제방을 만들어 물길이 암각화에 닿지 않도록 하자고 했지만 문화재청은 주변경관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꼬인 매듭을 풀려면 울산시 식수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서 부족한 물은 인근 경북 청도 운문댐과 공업용수댐인 울산 대암댐의 물을 끌어오는 방안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차제에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국보·보물은 지자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서 관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