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자 동물 뇌에 심어 감정 조절하는 기술 개발…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 치료 새 지평 열어
입력 2013-04-12 03:01
빛을 내는 아주 작은 전자소자를 동물의 뇌에 심어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알츠하이머병이나 뇌전증(간질), 우울증 등 뇌신경 전달 경로와 관련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김태일 교수팀은 미국 일리노이대, 워싱턴대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마이크로 광학소자를 이용한 광유전학 연구논문이 ‘사이언스’ 1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다고 11일 밝혔다.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뇌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바이오기술이다. 동물 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경들이 모여 있으며, 이러한 신경들을 통해 각기 연결된 체내의 근육과 기관을 조절하게 된다.
이번 연구는 5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가늘고 얇은 광전자 소자를 통해 특정 신경을 조절함으로써 뇌로부터 신호가 전달되지 않더라도 실험자가 원하는 대로 동물의 움직임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감정 관련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쥐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관할하는 ‘VTA’ 부위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백질과 광소자를 이식한 뒤, 외부에서 무선으로 빛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시점과 장소에서만 도파민이 나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뇌 신경 신호 전달 문제로 이상행동이나 망각 등 증상을 보이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활용하면 뇌 문제와 상관없이 외부에서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인체 내 신호를 인공적으로 제어해 로봇 등 첨단분야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