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복지 축소·부자 증세’ 예산 제출… NYT “도박”

입력 2013-04-11 19:0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3조7700억 달러 규모의 2014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골자는 메디케어(고령층 건강보험)와 은퇴자 연금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일부 축소하되 부유층의 세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결코 손대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을 뿐 아니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민주당 정책의 양대 지주인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연금을 어떻게든 손보겠다고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오바마가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도박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삭감이) 좋은 생각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공화당과의 합의를 위해 넣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내년에만 1조800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감축할 수 있으며 내년 재정적자 폭은 7449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러한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전망한 9730억 달러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며 2008년 이후 최저치다.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안에는 또 고속도로, 교량, 공항 등의 보수를 통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400억 달러를 즉시 투입하는 등 총 500억 달러를 사회기반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담배 관련 세금 인상을 단행해 생기는 780억 달러를 저소득 및 중간소득 계층 4세 자녀 무상 교육에 쓰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한 구애 작전으로 이날 저녁 공화당 의원 12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식탁 정치’를 했다. 하지만 보수·진보 모두 불만이 적지 않아 원안대로 통과될지 미지수다.

공화당은 이미 새해 벽두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 세수 확대를 위해 6000억 달러 규모의 ‘부자 증세’를 단행한 만큼 어떤 형태의 세금 인상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존 베이너(공화당·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날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칭찬할 만하다”면서도 “대통령은 1월 세금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민의 세금은 다시 올릴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속내도 복잡하다. 일부는 부유층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세금이 오른다고 반대하는가 하면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 기반인 노령층과 약자, 소수민족 등 사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 등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축소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정부 예산안과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안, 공화당이 다수 의석인 하원안의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백악관과 의회 협상 과정에서 힘겨운 줄다리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