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로 엇박자 내는 韓銀
입력 2013-04-11 19:04
재정·통화 동반 확장정책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0.25% 포인트 하향조정된 이후 6개월째 동결됐다. 시장에서는 대부분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던 탓에 적잖이 당황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통화 동반 확장정책을 기대했던 시장은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물가 우려를 꼽았다. 그는 올 경기전망에 대해 지난 1월 밝혔던 대로 상반기엔 전기 대비 성장률이 0.8%씩 오르면서 주춤거리겠지만 하반기엔 1%대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성장경로를 거듭 확인했다. 이러한 전망에 입각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3%대 초중반에 이를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는 현 단계에서 북한 리스크,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 등 불안요인이 있음에도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는 유보했으나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강화를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현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늘리고 대출금리를 연 1.25%에서 0.5∼1.25%로 낮추는 등의 미세조정을 꾀했다.
한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당장은 정부가 추경 예산을 투입하려는 상황이므로 변화를 주시하면서 이후 만에 하나 경기가 나빠질 상황에 대한 대비책, 이른바 추가 경기침체에 대한 금리인하 여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을 상정했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기준금리 인하에 편승한 ‘대출 증가=가계부채 규모 확대’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작동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한은의 현상인식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3%로 크게 낮췄으며 12조원의 세수부족을 감안해 그 이상의 추경예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추경안은 얼핏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30조원에 육박하는 추경규모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규모인 듯 보이지만 세수부족분을 메우고 나면 실질적인 재정투입 규모는 그리 큰 편이 못된다.
추경예산의 대부분은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자면 그 규모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 때문에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더욱 아쉬움을 준다. 시장은 정책 믹스(mix) 차원에서 미흡한 확대재정정책을 통화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결정은 중앙은행의 몫이지만 작금의 경제 현황 진단이 정부와 한은 간 이렇게 다른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사내유보금을 잔뜩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들은 기준금리의 소폭 인하에 둔감할 수 있지만 서민, 중소기업의 경우 금리인하는 금융비용 감소라는 엄청난 유인을 제공한다. 한은은 확장재정·통합정책 조합의 묘를 스스로 뿌리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