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으로 번진 WTF총재 선거

입력 2013-04-11 18:57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 협상이 무산됨에 따라 한국 출신 후보간의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WTF 총재 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하루 앞둔 11일 현재 4선을 노리는 조정원(66) 현 총재에 새누리당 홍문종(58)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조 총재는 최근 후보 등록을 마쳤고, 홍 의원은 12일 오후 등록할 예정이다. 여기에 재독 동포 박수남(66) 독일태권도협회장 등도 후보 등록을 최종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총재 선거에서 한국 국적 유력 후보자간 경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의원은 지난 달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종주국 후보자간의 집안싸움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조총재와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총재가 연임의지를 굽히지 않아 일단 후보 등록이전 단일화는 물건너 갔다. 홍 의원은 후보 등록 이후라도 계속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선거전은 일단 10년간 재임해온 조 총재측이 그동안 다져온 인맥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고강도의 개혁으로 태권도의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 잔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강점이다. 게다가 전자호구 및 비디오 판독제 도입 등으로 판정시비를 없애면서 태권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공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재정상의 취약점이 있고, 미디어 노출면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홍 의원측은 이 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4년 임기 동안 1억 달러(약 113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TV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유수의 방송사들과 중계권 협약을 단계적으로 성사시키겠다는 공약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발전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이미 몇몇 대기업과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눴다고 했다. 여기에 태권도의 국내 초등학교 정규 필수과목 채택, 서울에 WTF 본부 건물 신축, 대륙별 태권도 전문학교 설립 등의 공약도 내걸었다. 총재 선거는 7월 14일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리는 WTF 총회에서 160∼170개국으로 추산되는 회원국들의 직접 투표로 실시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