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때리기 ‘뒷북 경쟁’… 치고받는 공정위·감사원

입력 2013-04-11 18:33 수정 2013-04-12 00:47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두고 때늦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는 두 기관이 부실 논란을 애써 눈감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자 칼을 빼든 모양새다. 감사원은 지난달 4대강 입찰 담합조사가 부실하다며 공정위에 대한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에 공정위가 강력 반발하면서 두 기관의 ‘4대강 흠집내기’ 경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계룡건설 두산건설 삼환기업 한라건설 한진중공업 등 건설회사 5곳을 현장 조사했다. 4대강 2차 턴키공사(시공업체가 설계까지 맡아 처리하는 방식)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의 주관사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가 2009년 1차 턴키공사 입찰 담합을 조사한 지 4년 만의 재조사다. 1차 턴키입찰은 물을 가두는 보 건설 위주였던 반면 2차 턴키입찰은 하천 정비와 준설공사 위주로 진행됐다. 공정위가 2차 턴키입찰 과정을 조사한 것은 4대강 사업 입찰과정 전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의 이런 행보는 지난 정부 때와 사뭇 다르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1차 공사에서 담합한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 8곳에 과징금 1115억원을 부과하면서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 과징금도 통상 과징금 산정 기준보다 적어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담합 조사를 2009년 11월 완료하고도 3년 가까이 지나서야 결과를 발표했다.

4대강 ‘뒷북’은 감사원도 뒤지지 않는다. 감사원은 2011년 1월 4대강 감사 결과에서 “사업에 문제가 없다”며 정부 편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재감사 결과에서는 “4대강의 총 16개 보 가운데 11개의 내구성이 부실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된다”며 과거 감사 결과를 뒤집었다.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며 말을 바꾼 것이다.

감사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달 양건 감사원장은 “공정위가 조사하지 않은 2차 턴키사업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정위보다 한발 앞서 행동에 나섰다. 이어 공정위의 4대강 1차 턴키사업 담합 조사가 문제가 있다며 전면 감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1일 “지난 정권 때 감사는 잘못이 없고 담합 조사만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려는 수순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정상적인 감사 때 지참해야 할 공문도 없이 감사를 진행했다”며 “현장조사 결과 공정위에 대한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자 양 원장이 격노하며 조사 담당자에게 재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또 감사원이 지난 1월부터 3월 초까지 조사를 진행하면서 당시 공정위 담당 국장의 출퇴근 기록까지 뒤지는 등 무리수를 뒀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양 원장이 임기보장을 위해 4대강 사업 감사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수장’이 없는 공정위만 당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정당한 조사이고, 공정위가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제기한다고 반박했다. 양 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있는 그대로 (감사를) 하라고 한다. 그게 원칙에 맞는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감사원 관계자도 “이번 직권조사는 국회 요청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했고 공문도 감사 3일 전 전자문서로 전달했다”며 “공정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