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불출석’ 정지선 회장 벌금 1000만원
입력 2013-04-11 18:11 수정 2013-04-11 22:44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정식재판에 회부된 정지선(41)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11일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해당 법률이 정한 벌금형의 상한선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선고 직후 “선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항소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성 부장판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적 관심사항이었던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여야 의원의 일치된 결의에 따라 피고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며 “국회에 출석해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고, 당당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경영인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 기준을 높게 판단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미다. 성 부장판사는 다만 “증인 채택이 일방적으로 촉박하게 이뤄진 점, 형사처벌 자체로 현대백화점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징역형은 과도한 양형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엄벌 의지는 약식기소된 유통재벌 2세들을 ‘굳이’ 정식재판에 회부할 때부터 엿보였다. 법원은 검찰에 의해 벌금 400만∼700만원에 약식기소된 정 회장 등 4명의 유통대기업 오너를 정식재판에 넘겼다. 통상 검찰이 정한 벌금과 비슷한 액수로 법정출두 없이 약식명령을 내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첫 판결이었던 정 회장에 대한 벌금형 금액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상한선인 1000만원인 것도 법원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 회장에 대한 선고가 마무리됨에 따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들도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45)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18일, 정유경(41) 신세계 부사장에 대한 선고와 신동빈(58) 롯데그룹 회장의 첫 재판은 오는 24일과 26일로 각각 잡혀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