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日1食-간헐적 斷食 ‘열풍’… 단식하다 단명할라

입력 2013-04-11 18:10 수정 2013-04-11 22:45


회사원 박모(33)씨는 45일째 하루 한 끼만 먹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다. 박씨는 “결혼을 앞두고 살을 빼야 하는데 회식과 불규칙한 식사습관 때문에 운동도, 식단 조절도 늘 실패했다”며 “최근 알게 된 ‘1일1식’ 방법으로 85㎏에서 10㎏을 빼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속이 쓰리고 어지러울 때가 있지만 피부도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굶는 다이어트’ 열풍이 일고 있다. 일본의 성형 전문의 나구모 요시노리가 창안한 ‘1일1식’이 지난해 9월 같은 이름의 책 출판과 함께 국내에 소개되면서 굶기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이 책은 지금까지 6개월 이상 건강서적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간헐적 단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1주일에 한두 차례, 16∼24시간 단식을 통해 공복을 유지하는 식이요법이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관련 카페만 10개가 넘게 생겼다. 네이버의 ‘1일1식 & 간헐적 단식’ 카페는 11일 기준 회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굶는 사람이 늘면서 영양 불균형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의 다이어트 효과는 제한적이며 오히려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다.

1일1식은 하루 한 끼 식사로 평균 600∼800㎉만 섭취하는 식이요법이다. 성인 하루 권장량(2000∼2500㎉)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지속적으로 기초대사량에 못 미치는 열량을 섭취하면 우리 몸이 스스로 기초대사량을 기준치보다 낮추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무리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열량이 부족해지면 전해질, 무기질 등의 결핍과 여러 영양소의 불균형, 대사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빈혈·구토·통풍 같은 부작용도 생긴다”며 “특히 당뇨나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어서 의료계는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식으로 미용 효과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회의적이다. 서울대 피부과학과 김규한 교수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섭취까지 줄면서 영양소가 결핍되면 피부결이 거칠어지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처진다”며 “또 면역력과 회복력이 떨어져 쉽게 상처나고 상처가 잘 치유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개그우먼 권미진씨가 50㎏ 감량에 도움이 됐다며 소개한 ‘해독주스’도 인기를 끌어 식사 대용으로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해독주스는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등 야채를 삶아 과일과 함께 갈아 마시는 것으로 독소배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조 교수는 “해독주스를 식사 후 아침 저녁으로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식사 대용으로 마시면 역시 영양결핍이 생긴다”며 “특히 찬 음식에 예민하거나 위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