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고치고… 빼먹고… 학교생활기록부? 학교생활조작부!
입력 2013-04-11 17:55
대학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반영된 학교생활기록부가 엉터리로 기재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기재가 금지된 토플·텝스 성적이나 허위 봉사 실적도 학생부에 오르는 등 최근 3년간 입학사정관제가 총체적으로 부실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창의교육 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일변도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과 인성을 가늠해 입학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2008년 본격 도입됐다.
일선 학교의 학생부 관리 실태는 심각했다. 학생부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 중 하나다.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전 대구 울산의 고교 205곳 중 45곳에서는 입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학생부를 217차례 임의 수정했다. 교사의 업무 소홀로 입력해야 할 내용을 하지 않은 경우는 27곳에서 217건, 아예 다른 학생의 내용을 잘못 쓴 경우도 42곳에서 101건이 확인됐다.
토플이나 텝스 등 공인 어학성적은 학생부 기재 대상이 아니지만 서울 강남 3개구 고교 20곳에서 어학성적을 52차례 학생부에 기록했다. 사교육 과열을 우려해 영어성적 등 자격증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기 위해 기재를 금지한 지침을 어긴 것이다.
경남 창원교육지원청은 2011년 10월 수사기관으로부터 허위 봉사 실적을 발급한 수사 결과를 통보받고도 해당 학교에 알려주지 않아 지난해 11월까지 학생 31명의 학생부에 허위 봉사 실적이 기재된 상태였다.
자기소개서 등 각종 서류의 표절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었다. 그나마 이를 활용하는 대학들도 표절 판정 기준이 되는 유사도 정도가 1∼70%로 들쑥날쑥했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는 유사도가 50% 이상인 자기소개서가 236건, 유사도가 90%에 달하는 교사 추천서도 163건이나 적발되는 등 표절 문제도 심각했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성과 객관성 등을 제고할 수 있는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지도·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련자에 대해서는 6개 교육청별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서울시내 6개 대학이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생부 성적을 20∼45% 이상 반영하기로 명시해 놓고도 기본점수를 높이고 내신 등급 간 차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을 1.2∼13.7%로 낮춘 사례도 적발됐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