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숨겼다, 꺼냈다’ 또 기만술

입력 2013-04-11 17:56 수정 2013-04-11 22:52

지난해 장거리로켓(미사일) 은하 3호 2호기 발사를 앞두고 기만술을 썼던 북한이 또다시 속임수 전략을 쓰고 있다. 북한은 이달 초 강원도 원산 인근으로 이동시킨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을 격납고에 숨겼다가 끌어내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일대에서 관측된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TEL)도 수시로 장소를 바꾸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1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의 피로감을 극대화하고 정보를 교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원산에 배치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상공을 향하고 있는 것을 정찰위성으로 확인했다”면서도 “방위성은 위장 공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은하 3호 2호기 발사를 앞두고 발사체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뒤 발사체를 해체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2월 12일 3차 핵실험 때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서쪽 갱도에 위장막을 설치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워싱턴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던 북한은 이번엔 일본의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동신문 인터넷판은 논평에서 “일본 전 영토는 우리의 보복 타격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일본 땅에는 수많은 미군 핵 기지들과 원자력 관련 시설, 군사시설들이 곳곳에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군이 ‘심리전’으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 혁명무력의 위력한 타격수단들은 발사대기상태에 있다”며 “이제 단추만 누르면 발사되게 되어 있고, 발사되면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외부적으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것과 달리 북한 내부는 평온하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외국손님들이 속속 도착하는 등 축제 분위기마저 조성되고 있다. 불과 6일전 평양주재 외국공관들과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형국이다.

군사분계선(DMZ) 인근 전방부대에선 북한 군인들이 봄철 영농작업에 들어간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북한군은 중앙배급이 원활하지 않아 식량과 부식을 대부분 자체조달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훈련의 강도와 횟수가 많이 줄었고 1호 전투근무태세가 발령됐던 지난달보다 근무태세도 느슨해졌다. 국방대학교 김연수 교수는 “북한이 위기조절단계로 돌입한 것 같다”며 “한편으로 긴장고조를, 또 한편으로는 내부적인 여유를 구사하면서 한·미·일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