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왕’권상우·‘그 겨울…’ 조인성, 성공적 복귀로 여심 흔들
입력 2013-04-11 17:20 수정 2013-04-11 17:36
‘야왕’서 건재 과시한 권상우
목욕탕서 몸 불리고 때 안 민 듯… 복수만 하던 역할 찜찜함 남아
배우 권상우(37)는 거침이 없었다. 정상급 배우로 10년 넘게 활동해왔으니 수많은 인터뷰 경험이 있을 것이고,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게 본인에게 이롭다는 걸 모를 리 없건만 거짓말은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몽땅 드러내보였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1년에 한두 번 이렇게 언론 인터뷰를 갖게 되는데, 저를 만나고 싶어 했다는 것 자체가 제겐 고마운 일이거든요. 해야 될 말만 해야 하는 인터뷰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없잖아요? 저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느낌’을 솔직하게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권상우는 최근 SBS 월화극 ‘야왕’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대물’(2010) 이후 3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였지만 존재감이 여전했다. 그는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상대로 치밀한 복수극을 펼치는 인물 하류 역을 연기했다. 드라마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방영 내내 시청자 이목을 사로잡았고, 지난 2일 종영할 당시 시청률이 25.8%(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았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시청률이 높으니 기분은 좋았죠. 요즘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20% 넘기긴 힘들잖아요? 게다가 ‘야왕’이 첫 방송되기 전부터 동시간대에 이미 ‘마의’(MBC)가 인기를 얻고 있어 (성공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워낙 재밌는 드라마였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드라마의 높은 인기와 달리 작품성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스토리는 설득력을 잃을 때가 많았고, 여주인공 주다해(수애)의 악행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야왕’은 방영 내내 ‘막장 드라마’라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작품 끝내고 인터뷰를 계속 하고 있는데, 할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목욕탕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린 뒤 때는 밀지 않고 목욕탕에서 나온 기분이라고.”
솔직하고 과감한 발언은 끝없이 이어졌다. “남녀 사랑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가 됐어야 했는데 복수 만을 그리는 작품이 돼버렸다” “하류라는 캐릭터가 중반부터는 힘(매력)을 잃어버렸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준다고 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이었던 만큼 나는 상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작품이 잘 됐기에 이런 말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자신의 솔직한 답변을 ‘행복한 아쉬움’으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촬영장 분위기도 언제나 좋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촬영이 끝나면 스태프들과 단체로 사우나에 가서 회포를 풀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상대역을 연기한 수애(본명 박수애·33)가 ‘야왕’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공(功)의 절반 이상은 수애씨에게 있어요. 연말까지 SBS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20% 넘는 드라마가 안 나오면 연기대상은 당연히 수애씨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상우는 2008년 배우 손태영(33)과 결혼해 아들(4) 한 명을 두고 있다. 작품을 끝낸 뒤 그는 배우에서 ‘아빠’의 자리로 돌아갔다고 했다. “와이프가 요즘 드라마(KBS 2TV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를 찍고 있어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아침이면 아들 유치원부터 보내야 하거든요(웃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인기 치솟은 조인성
전역 후 첫 작품 걱정 많았는데… 지금 심정 휴∼ 다행이다 싶어
톱스타라면 으레 조금씩은 피우곤 하는 거드름을 배우 조인성(32)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시종일관 너스레를 떨었고 농담을 던졌다. 인터뷰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성격이 원래 이렇게 밝았나요?”
“자신감이 생겨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자신감을 잃으면 어떤 자리에서건 어색한 모습을 보이게 되잖아요(웃음).”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힌 데는 아마도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가 얼마간 만족스러웠기 때문일 거다. 조인성은 지난 3일 종영한 이 작품에서 암울한 인생 끝에 사랑을 만나 삶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오수 역을 열연했다. 잘생긴 외모에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여기에 상대역을 연기한 송혜교(31)와의 앙상블까지 포개지면서 조인성의 인기는 이전보다 더 치솟았다. ‘봄날’(2005)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그의 드라마 복귀는 대성공이었다.
“‘천만다행이다’ ‘살았다’…. 이게 솔직한 제 심경일 거예요. (2011년 5월) 전역한 이후 계속 작품을 안 해서 걱정해주신 분들이 주변에 많았거든요.”
‘그 겨울…’은 이제껏 안방극장에선 볼 수 없던 수려한 영상미로 화제가 됐다. 드라마가 반(半) 사전 제작 형태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방송 드라마’로 불리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그 겨울…’은 1회 방영 당시 이미 8, 9회 방송분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제작진은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찍게 됐고, 배우들 역시 최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이 작품의 영상미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배우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이었다. 배우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이들 장면은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클로즈업 장면이 많았지만 그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클로즈업 때문에 제 (얼굴) 상태가 다 까발려져도 괜찮았어요. 배우가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거기에 너무 신경을 써서 특별한 (시술 등의) 관리를 받게 되면 더 이상해지는 거 같아요.”
자신의 연기 점수를 자평해달라는 질문엔 난감해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그 겨울…’ 대본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와 주고받은 대화를 전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조인성은 “노 작가님이 내게 해준 말 중 기억에 남는 건 (요절한 미국 배우) 제임스 딘 같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작가님은 제가 연기하면서 어딘가 불안해하고, 흔들리고, 그래서 오히려 살아서 팔딱거리는 느낌을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넌 굉장히 재밌게 연기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힘을 빼고 절제하면서 연기하는 법도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터득한 거 같아요.”
송혜교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마지막 촬영 끝내고 ‘혜교 너 때문에 내가 살았다’고 말해줬다” “상대 눈을 보고 연기를 해야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송혜교가 시각장애인 역할이어서)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송혜교가 워낙 연기를 잘하니 감정 연기가 어렵지 않았다”….
조인성은 한동안 못 본 친구들을 만나는 등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그 겨울…’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