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 버릇 못 고치는 민주당 걱정스럽다
입력 2013-04-11 19:03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대선평가보고서’를 둘러싸고 당내의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보고서 내용 중 대선에서 패배한 데에는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 문재인 전 후보,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 등 친노 주류의 책임이 크다는 부분이 내홍을 촉발시켰다. 보고서는 이들 중 일부에게 ‘정계은퇴’로 해석될 수 있는 ‘책임정치 윤리의 실천’까지 요구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주류 측은 ‘마녀사냥식 보고서’라고 발끈했고, 비주류 측은 친노계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맞섰다.
양측의 설전은 새 지도부를 선출할 5·4 전당대회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주류 측의 반발 강도가 세졌다. 주류 측은 평가위 보고서는 밀실에서 작성돼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왜곡돼 있는 만큼 당의 공식 문건으로 볼 수 없으며, 당 중앙위원회를 하루 빨리 소집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수정·보완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자체적으로 백서를 발간하겠다는 말도 했고, 안철수·손학규·김두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비주류 측은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내달 전당대회 때 보고서를 원안대로 공식 의결하자며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을 주도적으로 치렀으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주류 측이나 주류 측 책임만 강조하는 비주류 측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보고서를 만든 이유는 대선 패배의 원인과 민주당의 문제점을 진솔하게 되돌아보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에 부응해 평가위는 36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전략기획 미흡, 당 지도부의 리더십 취약, 후보 단일화에 대한 맹신, 계파정치로 인한 분열 등을 솔직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소통과 통합의 정치, 안보 문제에 대한 입체적 접근, 구시대적 계파정치의 청산을 제시했다. 비교적 제대로 짚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든 버릇은 고치기 어려운 법인 모양이다. 보고서 채택을 계기로 민주당이 똘똘 뭉쳐 새 출발을 모색해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까 말까 한 상황인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면서 자기들끼리 손가락질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계파정치라는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셈 아닌가. 이럴 바에야 왜 보고서를 만들려고 했으며, 왜 실제로 보고서를 내놨는지 모르겠다. 어렵사리 마련된 자성의 계기를 스스로 발로 차버리고, 당내에까지 분열적 구도를 고착화하고 있는 민주당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