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재중] 권력분화와 親朴계 운명

입력 2013-04-11 19:05


“권력은 원래 잡고 나면 분화하게 돼 있다. 권력자들은 그걸 이용하려고 하고….”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이 최근 사석에서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을 설명하며 권력 핵심부인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분화 가능성을 언급한 말이다.

‘디바이드 앤드 룰’이란 권력자가 어느 한 측근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비슷한 실력자들에게 권한을 나눠주고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고전적인 용인술이다. 2인자를 키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 같은 방법으로 측근들을 통제했다.

아버지로부터 권력의 속성을 배웠기 때문일까. 박근혜 대통령 역시 측근 가운데 확실한 2인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의원이 ‘포스트 朴’을 도모하려다 ‘탈박(脫朴)’의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사심을 갖고 호가호위(狐假虎威) 식으로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을 경계한다. 그래서인지 친박 인사들은 가급적 나서기를 꺼려하고,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견제가 심한 편이다.

친박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18대 대선 승리 후 100여일이 지난 지금 친박계는 내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권 초반 부실 인사로 인한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를 계기로 당과 청와대는 심각한 갈등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선교, 김재원, 이상일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청와대를 강도 높게 몰아붙였다.

역대 정권들의 권력 지형을 보면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집권 세력이 분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명박 정권의 주류였던 친이(親李·친이명박)계는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권력 사유화 논쟁에 이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친이 내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 역시 동교동계가 박지원 전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와 권노갑·한화갑 전 의원 등 구주류로 나뉘어 대립했다. 노무현 정권의 주류세력도 386 중심의 친위그룹과 DY(정동영 전 의원) 중심의 당권파로 분화됐다.

권력 분화는 주로 청와대와 당의 대립 구도에서 파생된다. 청와대에 입성한 측근들과 당에 남은 인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견제 심리가 작용하면서 암투가 시작된다.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권력 분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집권 초반임에도 40%대로 떨어지자 친박계 내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을 향한 2인자 그룹의 경쟁이 권력 분화를 가속화시킨다.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의원과 유승민·최경환 의원이 지난 2월 한자리에 모여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축하하며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4·24 재보선에서 원내에 복귀해 당 대표에 도전할 뜻을 밝혔고, 최 의원은 다음달 중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다. 유 의원도 기회를 엿보며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도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이들 친박계 맹주들의 움직임에 따라 친박 진영의 역학구도가 바뀌고, 권력 분화가 표면화될 공산이 크다.

이제 관심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다. 박 대통령이 권력분화에 제동을 걸고 나설지, 아니면 권력분화를 용인하면서 2인자 그룹 간 견제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그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재중 정치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