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문학 포용하기 이승하 교수 ‘집 떠난 이들의 노래’ 펴내

입력 2013-04-11 17:09


“재외동포가 구사한 언어가 모국어가 아닐지라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인에 골몰하고 이민자로서의 애환을 다루었다면 한국문학의 변방에 위치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화를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우리 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의미에서 그들의 문학을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승하(53·사진) 중앙대 교수는 11일 재외동포문학연구서인 ‘집 떠난 이들의 노래’(국학자료원)를 출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수가 재외동포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9년.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 중국 여행을 할 때 옌지(延吉)시의 한 서점에서 조선족 중·고교생의 조선어교과서에 실린 남북한 시인들의 작품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이를 토대로 ‘연변 조선족 중·고교 교과서 수록시 연구’(2005)를 발표한 그는 이후 재러시아고려문학, 재일교포문학, 재미교포문학으로 관심사를 확대했다. 그는 “옌볜(연변) 조선족 문인은 한글로 글을 쓰고 있어서 언어 상 갈등이 크게 없었지만 러시아어로 소설을 쓰는 박미하일이나 일본어로 소설을 쓰는 이회성, 이양지, 유미리, 현월 등은 모국어를 모르는데서 오는 갈등이 대단히 큰 작가임을 작품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민 5세대 작가인 박미하일은 2001년 러시아 까따예프문학상 수상작 ‘발가벗은 사진작가’에서 혼혈 고려인의 자기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 교수는 “주인공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귀소본능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의식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한 고민이 이 작품에 투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서엔 이렇듯 카자흐 고려인 문학을 비롯해 연변 조선족 문학, 재일·재미교포문학의 현재성이 총망라돼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