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알짜 향토기업들 대기업에 합병 ‘명암’

입력 2013-04-10 20:45


울산지역의 알짜배기 향토기업들이 잇따라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공화국’으로 인식되는 울산의 경제 판도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가 하면 세수 감소, 자금 역외유출 등 지역경제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울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성진지오텍과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의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의 합병기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성진지오텍이 포스코플랜텍을 흡수한 형태지만 기업이미지 통합화 등을 위해 법인 명칭은 포스코플랜텍을 쓰기로 했고 본사를 포항에 두기로 했다.

대기업의 울산지역 향토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압박 등 경영악화로 향토 플랜트업체 4개가 대기업에 인수됐고, 1개 업체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 2012년 부도 처리된 ㈜일성은 주요 장치 국산화에 성공한 석유화학 플랜트 업체로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경영정상화에 나선 상태다.

㈜삼창기업은 국내 원전 21곳 중 15곳의 계측제어 정비를 전담하고 있다. 2011년 8월 포스코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포스코ICT에 합병됐다. 같은 해 화공기기 등을 제작하는 ㈜한텍은 ㈜후성그룹에, 화공기기와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DKT는 ㈜GS글로벌 계열사로 각각 편입됐다. 선박구성품 등을 생산하는 신한기계㈜가 2007년 대우조선해양㈜에 매각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이들 기업의 인수를 통해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플랜트, 기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울산 상공계는 엇갈리는 반응이다. 지역의 ‘알짜’ 중소기업이 외지의 대기업에 인수될 경우 세수 감소, 자금의 역외유출, 협력사의 일감 감소, 인구 유출 등 지역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는 부정적 견해가 있다. 반면 대기업을 통한 시장 확대, 경쟁구도의 다양화, 세계시장 진출기회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울산상의 한 관계자는 “현대와 SK가 양분하고 있는 지역 기업구도에 다른 대기업들의 진출은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다양한 상생으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