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같은 개성공단 표정… 北 폐쇄땐 재산 몰수 가능성
입력 2013-04-10 20:33 수정 2013-04-10 22:15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북한이 공장 등의 시설을 동결·몰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재산을 몰수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0년 4월 30일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남측 인원들의 철수를 발표했고, 이듬해 8월 금강산 재산권에 대한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며 시설을 임의 처분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의 태도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북한 내각 기관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만일 그 누가 어떤 형태라도 개성공단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의 군사지역으로 다시 만드는 등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몰수한 다음 한국으로부터 배운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과업 중 하나로 대외무역의 다각화·다양화를 꼽았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태의 경우 남북한의 입장이 과거 금강산관광 중단 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상황을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사망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을 먼저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엔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남북 간에는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재산이 보호될 수 있는 합의가 있다”면서 “입주기업 피해보상을 위한 경협보험 제도를 운영 중이며 필요하면 추가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통행제한 8일째와 북측의 공단 가동 잠정중단 3일째를 맞은 이날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한 개성공단 남측 직원들은 “이번 주부터는 라면을 주식으로 먹고 있다”면서 “쌀과 반찬거리는 동났고 입경이 예정된 직원들은 끼니를 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북측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아 공장 내부가 적막하고 1∼2명의 관리담당 남측 직원만 남아 있다. 아예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 모두가 입경한 업체도 있다. 북측 직원들의 월급 지급기간(10∼20일)이 시작됐지만 현금수송차량마저 들어가지 못해 월급도 지급되지 않았다.
귀환하는 차량마다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완제품이 가득 실려 있었다. 한 의류업체 직원은 “판매만 하면 되는 완제품을 공장에 두고 나오는 심정이 어떻겠느냐”면서 “나오면서 티셔츠 5000장정도 챙겼는데 공단에 남아 있는 게 16만장은 될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의류업체 법인장인 이강무(57)씨는 “완제품 10%만 겨우 챙겨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가구업체 공장장인 이덕근(56)씨는 “제품 출하만이라고 할 수 있게 정부가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범중소기업 대표단을 개성공단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측 인원 110명이 추가로 귀환해 현재 개성공단에는 296명이 남아 있다.
모규엽 기자, 파주=김미나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