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날아간 현금 주워준 경찰관

입력 2013-04-10 18:23

서울에 초속 15m 강풍이 불었던 9일 오후 3시30분쯤 미근동 서대문사거리에선 허공에 돈이 날아다녔다. 인근 은행에서 회사 공금을 인출해 나온 김모(43·여)씨가 손에 들고 있던 돈다발을 놓쳐 지폐 120장이 바람에 흩날렸다. 5만원권 40장과 1만원권 80장 등 모두 280만원이었다. 당황한 김씨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인도와 차도 가릴 것 없이 사거리 일대에 지폐가 널렸다.

마침 주변을 순찰하던 서대문경찰서 교통과 이승한(43) 조귀석(35) 경사가 이를 발견했다. 두 경찰은 김씨의 돈을 줍기 시작했다. 쌩쌩 내달리는 차량을 통제해가며 김씨를 위해 나선 경찰을 보고 행인 4∼5명도 함께 돈을 줍기 시작했다. 경찰과 행인들은 약 10분간 주변을 샅샅이 뒤져 지폐 110장을 회수했다. 하수구 구멍에 끼어있던 지폐까지 찾아냈다.

회수된 돈은 5만원권 35장과 1만원권 75장. 원래 김씨가 갖고 있던 돈보다 30만원이 부족했다. 경찰은 당황해 덜덜 떨고만 있던 김씨를 순찰차에 태워 히터를 틀어주며 안정시킨 뒤 돈을 돌려줬다. 김씨는 “이렇게 궂은 날에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준 경찰과 시민들께 감사하다”며 “돈을 찾아준 경찰관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꼭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