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완장부대’ 넘친다… ‘종북 블로거 사냥’ 벌어져 마구잡이 ‘마녀사냥’

입력 2013-04-10 18:23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된 10일 온라인상에서는 네티즌들의 ‘종북 블로거 사냥’이 벌어졌다. 개인 블로그에 북한 관련 글을 올린 네티즌을 ‘제거세력’이라 부르며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식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이버안보감시단이란 인터넷 카페에는 “‘lee***’란 아이디의 블로거를 간첩 혐의로 신고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의 블로그에는 ‘또 하나의 조국’이란 게시판에 조선중앙통신 성명이 올라 있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북한의 전쟁 위협에 국민 모두 불안해하는 상황인데 이런 짓을 한다. 국정원에 신고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포털사이트에 ‘종북 블로그’로 검색한 결과 10개가 넘는 ‘리스트’가 검색됐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한 블로그는 지난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1회 생일’이란 언론 기사를 게재했다는 게 이유였다. 네티즌들은 이 블로그에 ‘뒈져버려라’ ‘북괴가 나타났다’ ‘쓰레기 종북X’ 등 500개가 넘는 욕설 댓글을 달았다. 국정원 홈페이지에 이런 블로거들을 ‘간첩’으로 신고한 뒤 그 화면을 캡처해 훈장처럼 게시하는 ‘간첩신고 인증샷’ 경쟁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겪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종북사냥’을 당해 블로그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는 한 네티즌은 “북한의 주장을 놓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블로그에 원문 그대로 올렸는데 악성 댓글 때문에 게시판을 닫았다”며 “북한을 찬양하지도 않았는데 종북이라 몰아세우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는 “남북 긴장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특정 집단을 가상의 적으로 만들어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심리적 불안이 높아지는 때일수록 냉정하고 이성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