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稅收확보에 총력전 펴는데… 국세청 ‘대기업 감시’ 허술
입력 2013-04-10 18:18
정부의 서슬 퍼런 세수확보 의지가 대기업에는 예외였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대기업 감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재벌 일가의 교묘한 증여·상속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 도입한 ‘완전포괄주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10년 가까이 이들의 불법·편법을 묵인해주는 들러리 신세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현대자동차 등 9개 재벌기업에 대한 과세요건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증여세 부과 시효가 15년이기 때문에 감사원 지적에 따른 과세가 시기적으로 문제는 없다. 현행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증여가액에 따라 10∼50%이기 때문에 감사원이 지적한 그룹별 총수일가의 편법증여 이익을 그대로 적용하면 증여세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올해 거래분부터 과세 대상이라 과거 행위에 대한 과세가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주역’이 된 국세청은 이번 감사원 지적으로 시작부터 체면을 구기게 됐다. 국세청이 망신을 당한 것은 재벌 일가의 편법·불법 상속이나 증여를 막기 위해 도입된 조세 완전포괄주의가 담당부처 간 떠넘기기 속에서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2004년 1월 1일부터 법률에 별도 면세규정을 두지 않은 한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물릴 수 있게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하고 ‘조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200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한 사례는 66건(3111억원)에 불과하다. 부과한 사례 중 사업 양수·양도, 조직변경 등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과 개발사업의 시행, 사업 인허가에 따른 재산가치 상승 등 과세가 쉬운 단편적 사례가 50건(2678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16건(432억원)마저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따른 이익에 단순 과세한 것이 전부다.
이처럼 완전포괄주의가 ‘종이호랑이’가 된 것은 입법 주무부서인 기재부와 집행기관인 국세청의 갈등 탓이다. 기재부는 합리적 방법으로 증여가액 산정이 가능하다면 국세청이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세부 시행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반면 국세청은 증여가액 산정 등을 법령에서 정해야 부과할 수 있다며 공을 기재부로 떠넘겼다.
이명박정부도 2007년 인수위 시절 이를 보완하려 했지만 대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포기하고 말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