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야금야금 國庫 빼가는 ‘무서운 론스타’

입력 2013-04-10 18:10

“우리나라에서야 욕을 먹지만 자산운용 입장에서 보면 100점짜리 펀드다.”

한 사모펀드 임원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탁월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론스타는 한국에 머무른 8년여 동안 5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결과에 따라 이 금액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임원은 “만일 우리 자본이 해외에서 론스타처럼 돈을 벌어왔다면 ‘먹튀’ 비난 대신 칭찬하기에 바빴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의 냉정함과 치밀함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론스타는 늘 한국사회를 한 발씩 앞질러 갔다. 정치권이 국부 유출에 흥분하는 동안 론스타는 조용히 ISD를 검토했다. 도대체 누구 탓이냐고 우리끼리 싸울 때 론스타는 미국 정치권에 로비하며 소송에 유리한 프레임을 구축했다.

상대를 대하는 화법도 수가 깊다는 평가다. 극동건설과 스타리스 매각에 비난 여론이 일자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우리가 한국의 ‘정서법(culture law)’을 어겼다”고 말했다. 이는 “실정법을 어기지는 않은 정당한 투자였다”는 선언이었다.

론스타는 지난해 2월에야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처분했지만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뺀 시점에 대해선 꼭 “사업장이 철수한 2008년 4월”이라고 주장한다. 국세청의 과세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논리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론스타가 수백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쓸 때, 그리고 그 로비 내용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독려일 때 우리 정부는 “론스타의 ISD와 한·미 FTA는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자칫하면 재판 한 번에 한국의 1년치 자동차 판매이익 절반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0일 론스타의 무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경제부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