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때문에… 흠있는 먹거리 인기

입력 2013-04-10 18:09 수정 2013-04-10 22:21


경기 불황에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대체식품 찾기에 나섰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트에선 정상 제품보다 흠집 난 제품이 더 잘 팔렸고, 발효유 시장에선 2000원대 제품 대신 1000원대 제품들이 약진했다.

낙과 등으로 흠집이 생긴 일명 ‘보조개 사과’가 정상품 사과 매출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불황이 빚어낸 장보기 풍속도다. 흠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30∼40% 저렴하고 맛이나 선도에는 별 차이가 없는 알뜰 신선식품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 성수점, 용산점, 양재점 등 24개 점포에서 한정 물량으로 판매하는 ‘보조개 사과’(6900원/2㎏)의 매출이 일반 사과(당찬사과 6900원/1.3㎏) 매출을 2배가량 앞질렀다.

이마트는 당도가 일반 사과와 같지만 외관이 다소 미흡한 보조개 사과 5만봉을 준비, 지난달 21∼27일 판매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행사 때보다 매출이 184.5% 증가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35% 저렴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마트는 기존에 폐기 처분해오던 흠집 사과를 장바구니 물가 낮추기 차원의 기획을 통해 2008년부터 ‘보조개 사과’라는 이름으로 판매해오고 있다.

지난해 8월말 이마트가 가격을 50%가량 저렴하게 판매했던 태풍 낙과 사과는 1주일 만에 25만 봉지가 다 팔렸을 정도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마트가 작년 10월 정상 상품의 반값으로 판매했던 ‘이유있는 굴비’ 역시 1주일 만에 15억원어치가 팔렸다. 목포 제주 여수 인근 바다에서 어획한 햇참조기 가운데 흠집이 생기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배가 터져 정상 상품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굴비들만 모아 20마리짜리 2두름을 9900원에 내놓자 일반 굴비 상품보다 50배나 높은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마트는 다음달 9일부터 1주일간 ‘이유있는 굴비’를 같은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에서 나온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2011년 매출 2600억원대였던 것이 지난해 2700억원대로 증가해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그 사이 2000원짜리 제품인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는 1000억원대에 그쳤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정의 식탁이 빠른 속도로 부실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정보 포털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2012년 식료품·비주류음료 구입비는 2008년 34만1472원에 비해 9.0% 줄어든 가구당 월평균 31만668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항목별로는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생선과 과일, 해조류 소비가 급감했고 육류가공품과 빵, 과자류 소비는 급증했다. 어패류 등 신선수산동물 소비는 2008년 2만7685원에서 2012년 1만9140원으로 30.9%, 과일 및 과일가공품 소비는 2008년 4만1538원에서 2012년 3만4431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과자 등을 사는 데 쓴 비용은 2만2989원으로 2008년 2만263원보다 늘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