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患율’ 처방 나선 정부… 외평채 카드 뽑아들어
입력 2013-04-10 18:05
엔저 현상과 북한의 도발 위협에 외환시장이 출렁이자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착수했다. 4년 만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절차에 돌입하는 동시에 국내외 주요 시장참여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심리안정 처방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외평채 발행을 위해 지난주 골드만삭스·도이체방크·씨티·HSBC·산업은행·우리투자증권 등 6개 기관을 주간사로 선정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발행 예정 규모는 10억 달러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다. 오는 6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외평채 물량을 차환하기 위해서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간사를 선정했지만 발행 여부는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외평채를 발행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30억 달러 이후로 4년 만에 처음이다.
예산상 외평채 발행한도는 2009년 60억 달러까지 높였다가 2010년 20억 달러, 2011년부터는 해마다 10억 달러로 잡았지만 2010∼2012년에는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외평채는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 형식으로 발행하는 외화(달러화·유로화) 표시 채권이다. 기재부 장관이 건의해 국회 동의를 거쳐 발행된다.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 은행 등 금융권에서 외화를 차입할 때 붙는 가산금리 등을 낮출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 급격한 환율 쏠림현상에 대응할 실탄도 넉넉해진다. 직·간접적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은성수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외평채 발행에 2∼3개월 정도 시일이 걸리는 만큼 사전 준비 차원에서 주간사를 선정했다”며 “북한 리스크 때문에 외평채 발행을 연기할 수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외평채 발행 여부와 시기,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연일 수위를 높이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동요하는 시장참여자의 심리안정에 주력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북한 이슈 관련 10문 10답’이라는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며 북한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국장은 과거 북한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일시적·제한적이었고 실물경제까지 파급되지 않았다는 학습효과를 들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약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실물경제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신용평가사, 외국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우리 경제 상황 등을 계속 설명하기로 했다. 시장 불안이 심화되거나 북한 리스크가 커지면 관계부처 합동점검 대책팀을 24시간 체계로 전환하고 단계별 비상계획을 가동키로 했다. 은 국장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북한 리스크 고조를 우려하면서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