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軍당국, 대북 감시 ‘워치콘 2’로 상향… 긴장 고조

입력 2013-04-10 18:00 수정 2013-04-11 00:24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하면서 그동안 수사(修辭)로만 표현됐던 도발 위협이 숨 막히는 현실로 다가오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미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움직임을 정밀 감시하는 동시에 미사일 요격체계까지 가동할 태세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남쪽으로 쏴 우리 영공을 지나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0일 기존에 포착된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 외에 함경남도 일대에서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려는 구체적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강원도 원산 지역의 무수단 미사일 2기뿐 아니라 함남 일대에서 그간 보이지 않던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4~5대가 추가 식별됐다”며 “무수단과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려는 징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TEL이 사거리 300~500㎞인 스커드 미사일과 1300~1500㎞인 노동 미사일 발사 장비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북한이 며칠 전부터 함경도에 별도의 미사일 부대를 배치해 동시발사 태세를 갖췄다고 보도했으며, CNN 방송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동해안에서 약 16㎞ 떨어진 곳에 배치된 미사일에 액체연료 주입을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이)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쏠 수 있는 상황”이라며 “1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일이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방한하는 12일에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워치콘이 격상되면 대북 정보감시 자산이 증강되고 분석요원도 평시 대비 2~3배 늘어난다. 양국 군은 정찰위성과 유·무인 정찰기 등을 총동원해 동해안 지역의 북한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집중 감시하는 한편 미사일 발사 대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새뮤얼 라클리어 미 태평양군(PACOM) 사령관은 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군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요격 결정은 미사일의 방향과 도달 지점에 근거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 위협에 맞서 한국을 방어할 태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 대포동 2호 1발과 스커드 4발 및 노동 미사일 2발을, 2009년 7월 4일 스커드 5발과 노동 미사일 2발을 동시에 발사한 적이 있다.

신창호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