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피하는 대기업 오너들… 손자에 수백억 줘 주식매입
입력 2013-04-10 18:01
대기업 오너들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증여세를 탈루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이들에 대한 과세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감사원은 10일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적발된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한 편법 주식거래 등의 수법을 주로 썼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001년 2월 아들 정의선 부회장과 비상장법인 글로비스를 설립해 계열사들의 물류 업무를 몰아줬다. 정 부회장은 최초 글로비스에 20억원을 출자했지만 이후 글로비스의 주식 가치는 2조원으로 치솟았다. 간접적이지만 그만큼 재산이 이전된 셈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동생이 만든 비상장법인에 스크린 광고영업 대행 독점권을 넘겨줬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비상장법인에 IT 관련 일감을 몰아준 뒤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을 높게 책정해 재미를 봤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자녀 명의 회사에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물량을 몰아줬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부인과 자녀는 회사 2개를 설립한 뒤 2005년 4월 롯데시네마 내 매장을 싸게 임대받았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현금 배당금 280억여원과 주식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 782억여원을 챙겼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은 2005년 1월 그룹 사업을 나누는 형태로 업체 하나를 설립했다. 이후 신세계 계열사들로부터 매장을 싸게 제공받았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도 빈번했다. 프루밀 신준호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대선주조의 증설 예정 부지가 산업단지로 지정될 것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손자 등 4명에게 127억원을 빌려주며 대선주조 주식 32%(31만8691주)를 사도록 했다. 이후 실제로 이 부지가 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대선주조의 주식가치는 폭등했고, 이들 4명은 주식을 팔아 1025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겼다.
앞서 기재부는 2003년 12월 편법 이전되는 부에 과세하기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작 과세는 국세청 소관이라며 손을 놓고 있었다. 국세청은 이 법에 증여 시기와 증여 이익 산정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