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속 평온 DMZ 마을들 “후방 국민이 더 걱정… 평화의 기도 2배로 늘렸죠”
입력 2013-04-10 17:52 수정 2013-04-10 21:38
중부전선 철원 민통선지역 교회 르포
10일 오전 찾은 강원도 철원군 화지리. 오전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이 조용한 시골마을을 더욱 고요하게 만들었다.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과 인접한 지역인데도 북한의 도발 위협에 따른 동요는 눈에 띄지 않았다. 민통선 안 농민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모내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온한 듯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긴장감은 감출 수 없었다. 이 마을 철원종합문화복지센터에서 만난 주민 김영배(58)씨는 “이곳 사람들은 이런 위기를 한두 차례 겪은 게 아니어서 크게 불안해하거나 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신문이나 TV에서 북한의 위협적 발언을 계속 보도하니까 다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 이모(26·여)씨는 “휴전선에 인접해 있긴 해도 이곳 분위기는 평화로운데 외부에서는 걱정들이 많다”면서 “요즘 뉴스를 본 친척이나 친구들이 철원에 사는 나를 걱정해서 ‘괜찮냐’며 안부를 물어오곤 한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6·25와 같은 전면전이 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보다는 연평도 포격 때처럼 국지적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울 수유리와 철원군을 오가는 노선버스 기사 최부수(52)씨는 주민들이 갖는 이같은 우려와 긴장감을 전해줬다. 그는 “승객들은 평소처럼 버스를 이용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에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이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여서 예상치 못한 포격이 발생하거나, 그로 인해 확전 상황이 벌어질까 하는 염려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온 속 긴장은 이 땅의 평화를 간구하는 기도소리를 더욱 높게 만들었다. 철원군 이평리에 있는 철원엘림교회는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마다 60여명의 성도가 모여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이 교회 정경석 목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게 현재의 갈등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온 성도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하나님께서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을 주시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철원지역 목회자들도 기도의 끈을 더욱 강하게 붙잡고 있다. 철원양촌교회 박영철 목사를 비롯한 철원지역 목회자 기도모임 ‘기도동지회’ 소속 목회자들은 최근 남북간 갈등이 심화된 이후 기도 시간을 2배 이상 늘렸다. 박 목사는 “매주 수요일 오전 철원소망교회에서 교단에 관계없이 목회자 14명이 모여 기도하고 있다”며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목회자들은 기도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군 사요리 소이산에서도 매일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국경선평화학교 직원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소이산 평화기도 순례’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지역교회 목회자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은 관전리의 옛 노동당사 앞에 모여 정지석(평화의씨앗,철원교회) 목사의 인도 아래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해 합심 기도를 드렸다.
철원=최승욱 기자 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