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인종차별 발언했었다… “아시아계 이민자에 호주 지배당해”
입력 2013-04-10 17:40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후 평가에 대한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가 생전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의회는 그의 공과에 대한 논의를 위해 특별회기를 갖기로 했다.
밥 카 호주 외무장관은 10일 “대처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나에게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해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인종차별적인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카 장관은 언제 대처 전 총리가 이런 언급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중국에서 호주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인도계 이민자가 피지를 집어삼켰듯이 호주 역시 그런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피지는 영국으로부터 1970년 독립했으며 식민지 시대에 노동자로 유입된 인도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카 장관은 “헬레나(부인)가 근처에 있는데도 대처 전 총리는 아시아계 이민을 확대할 경우 이 땅(호주)의 주인인 유럽 이민자들이 아시아계 사람들에게 지배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뜻밖의 언급에 당황했다는 카 장관은 “그의 말에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면서 “왜 그가 1990년대 당에서 축출됐는지 알 수 있는 악마적 천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확고부동한 노동당 지지자인 카 외무장관은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은 뉴사우스웨일스주지사를 지냈다. 시드니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도로 그는 말레이시아 출신 부인과 결혼했다.
지난 8일 향년 87세로 타계한 대처 전 총리에 대한 공과를 놓고 영국 정치계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수당의 토비아스 엘우드 하원의원은 포클랜드섬의 수도 ‘포트 스탠리’의 이름을 대처 전 총리의 업적을 기려 ‘포트 마거릿’으로 개명하자고 주장했다. 영국은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영유권을 놓고 전쟁을 치러 승리해 대처 전 총리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반면 노동당 소속인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은 대처리즘은 현재 영국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의회는 대처 전 총리의 평가와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자 특별 회기를 열어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가질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