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여성들 ‘과부 세척’ 악습에 신음
입력 2013-04-10 17:39
아프리카 남부 말라위에는 ‘과부 세척(widow cleansing)’이라는 악습이 있다. 과부가 다른 남성과 잠을 자지 않으면 죽은 남편의 영혼이 가족들을 해친다는 미신이다. 과부 세척을 전문으로 하는 마을과 직업 남성이 있을 정도로 말라위에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과부 세척 산업이 말라위에서 에이즈마저 확산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남편과 사별한 말라위의 여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악습은 재산 몰수다. 남편이 사망하면 친척들이 집을 포함한 재산을 빼앗아 아내와 자녀들이 떠돌이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친척들이 몰려와 “남편이 재산을 모을 동안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물어도 사별한 아내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런 말라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사별한 여성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상속법이 2011년 마련된 것이다. 당시 말라위 전역에선 상속법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반대를 무릅쓰고 상속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여성 인권 단체 ‘남아프리카 여성을 위한 법(WLSA)’이 10여년간 캠페인을 벌였다. WLSA 대표인 서디 와이트 변호사는 18세 이하 여성의 절반이 기혼자일 만큼 조혼이 만연하며, 특히 사별한 여성 인권이 취약한 말라위에서 여성 운동에 앞장섰다. 최근에는 과부 세척 산업에 종사하는 직업 남성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벌였다.
하루 최저 임금이 1달러에 불과한 말라위에서 이 산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은 최고 50달러를 받는 고소득자다. 그러나 WLSA 캠페인으로 몇몇 남성들이 일을 그만뒀다. ‘과부 세척촌’이 지역 곳곳에 있는 말라위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이 이리저리 일터를 옮겨 다니는 사례도 있었다고 와이트 대표는 전했다. 현재까지 과부 세척 반대 운동만큼은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별한 여성들이 미신을 맹신하기 때문. WLSA 사무실에 찾아와 “죽은 남편 영혼이 찾아와 해를 끼칠 것 같다”고 상담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영문학과 교수의 딸로 태어난 와이트 대표는 인접국인 보츠와나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성 평등을 연구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말라위 여성들의 삶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