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팔이 사건’ 김용남씨, 당시 부하에 사과… EBS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

입력 2013-04-10 17:16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EBS·11일 밤 9시50분)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국가안전기획부(지금의 국가정보원) 비호 아래 이뤄진 이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건 폭력조직 ‘전주파’ 두목이었던 김용남씨. 그와 부하들은 통일민주당 20여개 지구당에 난입, 기물을 부수고 당원들을 때렸다. 사람들은 이후 이 사건을 김씨의 별명을 따 ‘용팔이 사건’이라 불렀다.

길정운씨는 당시 김씨 밑에서 이른바 ‘칼잡이’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폭력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15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런데 길씨는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보스였던 김씨가 자신의 가족을 돌봐주지 않고, 이후에도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점 때문에 깊은 배신감을 갖게 됐다. 그는 원망이 너무 커 실제로 칼을 품고 김씨를 찾아간 적도 있다고 한다.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현재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씨는 길씨에게 진정성을 담은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과연 두 사람은 반목했던 과거를 잊고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방송은 이처럼 오랜 기간 갈등을 빚다 서로 원수가 돼버린 사람들이 화해와 용서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길씨와 김씨 외에도 친구였다가 학교폭력 가해자·피해자가 돼버린 두 고교생 이야기 등이 전파를 탄다. 프로그램은 11일 첫 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19주에 걸쳐 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에 방영된다.

제작진은 “갈등 당사자가 협력 또는 분열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라며 “진정한 용서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용서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단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