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DMZ 철조망 녹인 메달, 평화 중요성 담긴 뜻깊은 선물”

입력 2013-04-10 17:11


美 국방부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사업회 데이비드 클라크 사무국장

미국 국방부 산하 한국전 정전60주년기념사업회의 데이비드 클라크(53·대령) 사무국장은 8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 27일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식은 워싱턴DC의 한국전 기념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에서 열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함께 ‘일시적인 정전’에 서명했을 뿐인 현 정전협정의 불완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이었다. 이제 한국전쟁을 대대적인 행사 개최 등으로 기념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또한 ‘제한된 전쟁(limited warfare)’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소련 등의 개입이나 참전을 우려해 국민들에게 전쟁을 가능하면 노출시키지 않으려 했다. 당시 많은 미국인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참전용사들도 미국으로 돌아올 때 마땅히 받아야 할 환영과 감사를 받지 못했다. 2차대전 참전자들이 받았던 거리 퍼레이드와 환영행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60년이 흘렀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정부의 무관심과 홀대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은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감당했다. 이제 대부분 여든을 넘어선 그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응당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정부의 책임일 뿐 아니라 젊은 미국인들에게도 중요하다. 그리고 결국 국가에 이익이 된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 보답 받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 복무하는 군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애국은 가치가 있으며 기억된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전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비무장지대(DMZ)의 녹슨 폐철조망을 녹여 6·25 참전용사에게 보은메달을 증정할 예정이다. 또한 ‘다시 태어난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념 책자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증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알고 있나.

“잘 알고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바치는 영속적인 찬사라고 생각한다. DMZ의 철조망을 녹인 메달은 한국전의 아픈 기억을 담으면서도 진정한 평화의 중요성을 증언하는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기념책은 특히 좋은 자료와 사진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무료로 참전용사들에게 배포할 수 있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한국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참전자들을 격려한다고 알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 기념행사가 순조롭게 열리도록 하고 잊혀진 참전자들은 뒤늦게나마 찾아내 감사장과 훈장 등을 전달하고 있다. 기억나는 참전용사들이 너무 많다. 워싱턴에서 기념행사를 마치고 몇 달 후에 숨을 거둔 분, 뒤늦게 명예메달을 받고 너무 감격해하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노병, 휠체어에 의지해 노르웨이에서 워싱턴까지 와서 참전 메달을 받고 그 다음날 눈을 감은 참전용사도 있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국전에서 자신의 희생을 인정받고 편안하게 눈을 감은 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참전용사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드리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30년 군 생활 중 기념위원회에서 일한 지난 3년이 가장 보람 있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뿐 아니라 기념위원회 직원 모두 개인적으로 감동받으며 일하고 있다. 참전 군인들은 나에게 감사를 표하지만 이런 값진 경험을 공유하게 해주신 그분들에게 진정 감사드린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 정부의 미국 참전용사들에 대한 관심과 후대에 감사드린다. 참전군인들도 자신들을 잊지 않고 한국으로 초청,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기념물을 증정하는 한국인과 정부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 위협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일부에서는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남북 간 충돌 위기라고 진단한다. 최근 일련의 도발 위협이 정전60주년 기념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에서 전면적인 충돌은 멎었지만 잠재적인 위협은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그리고 한반도가 여전히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왜 필요한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과 북한은 일시적인 정전에 사인했지 평화협정에 사인한 게 아니다. 어떤 면에서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아 영구적인 종전을 다짐해야 하는 때에 전쟁 위험이 이처럼 고조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긴축 때문에 기념행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중요한 해이고,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 행사가 마지막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7월 27일의 정전 기념식은 차질 없이 치러질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열리는 소규모 행사들은 예산 사정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 진행될 것이다.”

-한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들었다.

“정보장교로 한국에 2년간 세 번 배치돼 6년을 생활했다. 멋진 경험이었다. 특히 우리 애들은 한국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스포츠 활동을 했고 한국 전역을 여행했다. 아직도 한국 음식과 문화를 매우 좋아하며 유소년 시절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회상한다. 아내도 한국인 친구들과 연락하며 정기적으로 만난다. 전 가족이 한국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워싱턴=글·사진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