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LG OLED 싸움에 해외업체만 어부지리

입력 2013-04-10 18:24

세계 TV 시장 1, 2위인 삼성과 LG의 싸움이 볼썽사납다. 지난해 7월에는 수원지검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과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 등을 기소하더니 그제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삼성디스플레이 본사와 지방 사업장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5년 전부터 LG디스플레이 협력사 등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TV용 패널 제조 기술을 빼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쟁사가 수천억원을 들여 밤낮 없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것은 명백한 도둑질이다. 그동안 쌓아온 대외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은 물론 제품 판매도 타격을 받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나 기술개발 노력은 하지 않고 경쟁사 기술을 훔쳐내 손쉽게 경쟁사를 이기려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소형 OLED 분야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98%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대형 분야에서는 제품 양산에 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55인치 대형 OLED TV 출시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다. 양사는 차세대 TV 시장을 주도할 OLED 기술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다 정부의 중재로 특허공유 협상을 벌이던 중이어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문제는 양사 간의 소모적인 싸움이 해외 경쟁사들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줄 것이라는 점이다.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업체들은 한국을 따라잡겠다며 OLED TV 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고, 중국 업체들은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각국은 특허 소송이나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로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내 업체들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공동 개발이 필요하다 싶으면 손을 내미는 용기도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싸워야 할 상대는 국내 경쟁자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