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자

입력 2013-04-10 17:32


얼마 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한 호수에서 두 마리의 물고기가 어처구니없게 잡힌 사건이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검정우럭과’에 속하는 배스(bass)였는데 잡힐 당시 자신의 덩치보다도 큰 물고기의 머리를 입으로 꽉 물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추측하건대 두 마리가 먹이를 두고 싸움을 벌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민물의 잡식성 폭군으로 알려진 배스가 상대방 물고기에게 덤벼든 모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보다도 큰 상대방의 머리를 입 한 가득 물다 보니 자신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배스에게 물린 물고기도 배스도 꼼짝없이 호수 위에 떠오르게 되었고 낚시꾼은 말 그대로 ‘어부지리(漁父之利)’의 횡재를 누렸다.

그런데 우리 한반도의 현재 상황도 이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과 대한민국이 ‘벼랑 끝’으로 내달리며 대치하는 상황은 어느 편에도 유익하지 않다. 북한은 스스로 체제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는 셈이고 대한민국 역시 지난 60여년간 쌓아 올린 ‘한강의 기적’을 순식간에 날릴 수가 있다. 물론 국내의 상황도 여의치가 않다. 여당과 야당,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등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의 각 주체들끼리 끝을 알 수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 주체들은 자신들의 치킨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 해외 언론이 ‘해외투자자들까지 급속히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정작 한국인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며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러므로 지금은 우리 사회의 각 주체들이 치킨게임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북한과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눈앞에는 산적한 당면과제들이 있고, 이것들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8대 공기업의 부채가 무려 324조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넘어서며, 우리나라 올해 정부예산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공식적으로 부담해야 할 국가부채 약 500조원 외에도 1인당 650만원에 달하는 공기업 부채까지도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리 각자의 가계부채가 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짊어져야 할 부채도 엄청나다는 뜻이다. 최근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가 국민들의 은행예금을 강제징발하려 했던 사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조차 ‘시퀘스터’가 발동해 ‘재정절벽’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한 단체라도 더 모여 서로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 서로를 향한 공격은 곧 나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아끼고 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공격하던 ‘칼’을 쳐서 미래의 희망을 쟁기질할 ‘보습’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특히 ‘하나님의 산’에 모여든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미 4:3)

<꿈의교회>